얼굴에게 / 정현종
내 얼굴이 억제하고 있는 동안
궁둥이는 모름지기 폭발하고 있다
하하
나는 내 얼굴이 때때로
궁둥이여서
불안할 때가 있다.
시의 느낌은 밝음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둠이다. 그 어둠을 이렇게 익살스럽게 표현한 시를 만나서 읽는 재미가 있다. 얼굴과 궁둥이가 하는 일 중에 같은 것은 폭발하는 것이다. 특히 궁둥이가 하는 폭발은 모두 몸 안에 둘 수 없는 불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화장실이라는 곳을 만들어 그곳에서 궁둥이가 마음껏 폭발하도록 해준다.
그런데 얼굴은 궁둥이처럼 폭발하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얼굴은 사람이라는 대상 앞에서 폭발하는데, 그것이 좋을 때도 있고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시인이 폭발이라는 언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아마 얼굴이 하는 것은 화인 것 같다. 화는 폭발하면 할수록 사람이 크게 다친다. 어쩌면 얼굴의 폭발이야말로 화장실 같은 특별한 장소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나도 얼굴이 폭발할 때가 있었다. 늦둥이 막내를 키울 때였다. 공처럼 통통 튀는 아이와는 달리 나는 만성 피로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누가 살짝 건들기만 해도 화가 툭툭 튀어나왔다. 특히 막내아들에게 자주 폭발했다. 화를 내면서 점점 세지는 것이 아니라 폭발물이 터지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폭발하고 나면 아들한테 미안해지고 엄마 노릇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싫어졌다.
그때의 나는 움직이는 화약고였다. 아무래도 내 몸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아갔다.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갑상샘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다행히 약 먹을 정도는 아니고 관리만 잘 하면 괜찮아진다는 말을 듣고 나왔다. 그때부터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만 키우던 주부가 혼자 조용히 쉴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아이 때문에 하지 못 한 것을 생각해보니 책이었다. 마음 편하게 책 한 장 읽을 여유 없이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책 구경도 하고 자판기 커피도 마시고 책 읽다 졸리면 책상에 엎드려 잠깐 자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닌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도서관에서 쉬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통통 튀는 아들처럼 나도 같이 통통거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할 수 있다면 얼굴이 폭발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평소에 감정 배설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자기만의 감정 배설법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마음 건강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하게 배설하는 방법을 안다면 얼굴이 궁둥이가 될까 봐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인은 이미 감정 배설을 지혜롭게 하는 듯하다. 배설을 잘 하는 사람의 여유가 시를 해학적으로 쓸 수 있게 한 것 같다. 함부로 화를 내지 말라는 말을 이렇게 품위 있게 하는 정현종 시인이 참 멋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