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하고 먼길 떠난 60대 노인의 사연

“마지막 남은 육신, 어려운 이들에게 전해달라”

20여년전 뇌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나 성실하게 생업에 전념해오던 60대 노인이 자신의 장기를 어려운 이들에게 기증한다는 유서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대면 장항2리 조병화(65세)씨. 평소 주위사람들에게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온 고인은 그러나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 오다 지난 2일 마침내 자신의 집 뒷산에서 스스로 목을 메 숨졌다.

사고 당일 고인은 실수로 꽈리고추묘 포장을 열어놓지 않고 외출했다가 고추묘가 전부 말라죽은 것을 알고 ‘살아서 남에게 도움이 안된다’며 몹시 자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고인에 대해 주위사람들은 남에게 흠 잡히지 않고 완벽하게 살려고 했던 고인이 뇌수술 후유증으로 농사일에 가끔씩 실수를 범할 때마다 스스로 심한 괴로움을 느끼곤 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사망하기 전에 외지에 살고 있는 자녀들 앞으로 유서를 남겼는데 여기에는 ‘자식들 때문에 고생해온 어머니를 잘보살펴 달라’는 내용과 ‘지금 산다는 건 모든이에게 누가 될 뿐’이라며 시신을 기증했으니 꼭 이뤄지게 해달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고인은 평소에도 죽으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신을 꼭 기증하고 싶다고 자주 말해왔으며 이미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등록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순천향병원에 시신을 넘겨주었다.

‘살아생전에 좋은 일 못하고 죽어서나 남에게 한가지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늘상 말해왔다는 고인의 여린 심성에 대해 한 지인은 “완전무결하게 살려했던 욕심과 달리 몸이 미처 따라주지 않은 것이 고인에게는 큰 고통이었을 것”이라며 “마지막 남은 육신을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며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자기의 모든 것을 남에게 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