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끝난 사람>의 주인공 다시로 소스케는 “이제 겨우 쉰 하나. 나는 끝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며 출세를 위해 살았던 그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형 은행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며 임원 진급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경쟁에서 패했고 63세에 정년을 맞이하며 그는 은퇴했다.

이건일 당진북부사회복지관장이 추천하는 소설 <끝난 사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론 소스케는 야망을 이루지 못하고 불완전 연소한 자신을 보고 ‘끝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소스케는 제2막을 위해 달려간다. 은퇴의 충격과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는 책이다.

한편 10명의 선배 사회복지사의 경험과 조언을 묶은 책 <알고 싶은 복지현장 10명의 달인에게 묻다>를 공동 집필한 그는 ‘노인복지의 새로운 길 선배시민’을 주제로 글을 썼다. 이후 교보문고로부터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노인의 역할과 미래 방향에 관해 물으며 출연을 제의했고, 함께 추천한 책이 <끝난 사람>이다.

주인공 소스케를 통해 은퇴와 그 이후 노년기 삶을 그린 이 책은 쉽게 읽히지만 안에는 묵직한 질문이 숨겨져 있다. 특히 노인 복지 분야에 전공하는 사회복지사 혹은 은퇴를 했거나,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정년퇴직을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이라고도 표현하더라고요. 평생을 회사에 헌신하며 일해 왔는데 50~60대 은퇴를 맞게 돼요.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며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은퇴 후 하루아침에 집에 남겨져요. 우리 사회에서 쓸모를 다 해 남겨진 사람들은 얼마나 공허할까요.”

그렇다면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관장은 노인의 역할 세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늙은이’로 불리는 빈곤 노인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정반대의 ‘부유한 노인’이다. 빈곤 노인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갈 수 밖에 없지만 부유한 노인은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기에 취미생활을 하고 지낸다.

이 관장은 세 번째 역할인 ‘선배시민’으로서 노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노인의 참 역할은 존경받는 노인”이라며 “선배로서 공동체가 겪는 문제에 앞장서 이끌어 고민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의제를 개발하고 좋은 의견을 전달하고 또 조직화에 앞장서는 것이 바로 선배시민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엔드(End, 끝)는 앤드(And, 그리고)와 발음이 비슷해요. 끝난 것은 곧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은퇴는 결코 인생의 장례식이 아닙니다. 단순히 쉬면서 즐기는 것은 유효기간이 짧을 거예요. 하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선배시민으로 함께 한다면 은퇴 후에도 존경받는 선배로 자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