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꼽쟁이 창으로본 옛날 17 - 추사옛집에 눈꼽쟁이 창 만들다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건축」이란 제목으로 그 동안 서툰 글을 써왔다. 이집 저집을 찾아 보아도 눈꼽쟁이 창을 찾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창"을 만들어 보기로 맘을 굳히고 예산 신암에 있는 추사옛집을 찾아 관리사무소에 갔다. 이쁜여자 직원 두분이 반갑게 맞아준다. "당진에 삽니다"하고 명함을 내밀었다. "눈꼽쟁이 창을 찍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게 뭔데요?" "안방에 앉아서 방문을 열지 않고도 안마당을 환히 내다볼 수 있는 아주 쬐그만 창이죠." "그게 어떻게 생겼..." 그럴줄 알았다. "안방 창호지 문에 사방반에 반뼘 정도 크기로 구멍을 뚫어 그곳에 유리를 덧대어 붙인거지요." "유리는 요새 꺼 아닌가요." "원래 옛날에는 아주 작은 여닫이 문을 만들었었지요." "여기 안방문에는 없는데요." 내가 만들어서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되냐고 묵고 싶었으나 이 쁜 두 여자분들 얼굴이 뜹뜰한 표정이었다. 나이가 든 직원이 선심을 써주며 안내를 해주라고 한다. 안방문 앞에 가서 "이 부분을 요렇게 면도칼로 창호지를 살살 잘라내고 요오기에다 유리를 붙여 놓으면 방안에서 밖을 내다 볼 수 있지요." 하니까 그 직원이 신기한 눈으로 나를 본다. "한번 만들어 보세요." 나는 신이 났다. 내가 눈꼽쟁이 창을 보기는 보았으나 직접 만들기는 처음이니 칼을 들고 문 창호지를 오려내는데 설푼 칼질을 할까봐 손이 떨린다. 어쩌고 저쩌고 해서 창을 만들었다. 제법 잘 만든 편이다. 그 여직원이 신기한 듯이 작은 창에 눈을 대고 안마당을 내다보며 종알거린다. "정말 지혜롭네요. 그리고 이뻐요." 방안에 반짇고리,경대,방석들을 치우고 사진을 찍었다. 행복한 시간이고 즐거운 날이었다. 사진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는 나중이다. 추사선생님 영혼이 사시는 댁에 쬐끄만 창을 만들어 드리고옆에 따라온 젊은 요새여인네에게 우리 옛집의 숨은 슬기를 직접 느낄 수 있게 했으니... 낮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다. 물박장단 칠줄 아는 엇 늙은 여인네 하고.... ?설익은 이 글을 그동안 써온 것은 김태숙 취재부장의 협박성부탁 때문이었다. 글쓰기를 어려워 하는 눈치가 보이면 한 삼년쯤 쓰면 책도 만들어 준다고 꼬드기기까지 했다. 그런 글을 꾹 참고 읽어준 독자들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