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르바초프와 감자’란 글 중에 이런 일화가 전하여진다. 구 소련의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예전에 고향의 농업 담당 서기로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구 소련은 토지와 농산물은 개인의 소유가 불가하였고,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분배하였으며, 노동자들은 국가에서 정해준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배급받았다. 어느 날 고르바초프가 승용차로 지방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앞에 감자를 가득 싣고 가던 트럭에서 감자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면서 감자가 떨어지는 것을 운전사에게 신호를 주며 알려주었다. 하지만 트럭 운전사는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고르바초프는 그 트럭을 따라가 멈춰 세우고 왜 감자가 길에 떨어지는데 차를 멈추어 세우고 감자를 담아 가야지 그냥 달리느냐고 물었다. 고르바초프의 질문에 트럭 운전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나의 임무는 감자를 운반하는 것입니다. 감자를 싣는 일은 다른 사람이 했으니 감자가 떨어지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닙니다. 떨어지는 감자를 줍다가 창고 도착 시간에 늦으면 벌점을 받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트럭 운전사의 이야기를 듣고 고르바초프는 소련 경제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과 침체의 원인을 절감하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 인구의 약 3분의 1을 지배하여 왔던 사회주의 체제가 1990년대 이후 민주주의 체제와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급격하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은 사회주의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한다.”는 사회주의의 오랜 원칙이다. 인간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능력이 다르다. 개인별 다른 능력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인간의 다양한 재능과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가 획일적으로 ‘분배’란 무기를 앞세워 개인의 삶을 주관하고 통제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이다. ‘필요에 따라 소비한다’는 사회주의 발상은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괴변이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나 더 많이 소유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이기심은 끝이 없다.
둘째는 무능하고 부패한 행정부가 노동의 생산성을 무시한 채 지나친 평등주의를 내세워 국민의 노동 의욕을 상실시켰다. 노동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생산성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는 경제활동의 자유가 없었다. 사회주의 국가는 중앙 정부의 명령과 통제에 따라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계획경제 체제이다. 이 체제에서는 국민 경제의 세 가지 문제 즉,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 는 중앙 정부의 계획과 명령에 따라서 해결된다. 지구촌의 극빈국 북한이 이러한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선택하였다. 이념적으로 ‘형평성’이란 차원에서 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이러한 경제 체제에서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다.
넷째는 사유재산 제도가 보장되지 않아 노동의 유인이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생산성과 생산량이 떨어져 개인과 국가는 빈곤의 악순환을 거듭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공산주의 종주국인 구소련 체제는 붕괴하였다.
인간의 기본적 본성을 무시하고 생산수단을 국유화한 체제는 모두 인민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인민의 생활 향상을 추구한다는 구소련의 사회주의 체제는 생활필수품이 모자라 인민들은 상점에 줄을 서도 구할 수 없게 되었고, 신혼부부는 10년 이상 기다려도 주택을 배급받지 못하였다. 그 후 구소련은 붕괴하고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의 전도사, 고르바초프는 권좌에서 내려오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국민 경제에는 세 가지 큰 문제가 존재한다.
즉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생산한 물건을 누구에게 얼마나 분배할 것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이 모든 것이 경제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그리고 해외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자유롭게 의사 결정하여 당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한다. 시장이라는 메카니즘 안에서 가격기구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이러한 경제 문제가 해결된다.
우리는 매일 매일의 삶에서 선택이란 문제에 직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주부는 마트에서 주어진 소득으로 장바구니에 더 큰 행복을 담기 위하여 가던 길 멈추며 서성이고, 기업가는 이윤을 생각하며 생산 방법을 고민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각을 헤아리고 더 좋은 사회를 위하여 끊임없는 개혁을 선택하여야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위한 몸부림과 변화에 대한 저항을 목도(目睹)하며 살고 있다. 역사의 발전을 위한 몸짓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개인과 국가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이 선택이 개인의 미래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정치와 경제 체제의 지혜로운 선택, 오늘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