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순천향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치경제학 박사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10년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중앙의 지방사무 이양 미흡,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및 능력 부족, 지방의회의 권위 및 처우 개선 미흡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정치가 선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현실을 들여다보자.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공천권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특정 정당이 한 지역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당연시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의회의원들은 스스로의 역할과 위상정립에 대해 중앙으로부터 자유롭고, 앞서 언급한 지방자치의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적극적일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 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점하여 자치단체장과 의회가 같은 정당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판적인 견제와 창조적인 경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중앙당 공천권 배제해야

따라서 필자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가장 우선해야 할 개혁작업은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개입을 제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 중앙당 공천권의 배제라고 믿는다. 공천제도가 전면 폐지되고 공천권을 담보로 한 계보정치의 사슬이 끊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정치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독점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그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면 과연 어느 후보자가 중앙당의 뜻을 무시하고 주민의 의견을 따를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어떠한 형태로든 주민들이 후보자를 결정하는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시기이다.

미국의 예비선거 (primary election)와 같은 선거제도의 개선이나, 주민참여를 활성화하여 민주적으로 지방적 차원의 정당운영을 보장하는 정당법 개선이나, 지역주민들이 후보자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 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수십명의 후보자를 한꺼번에

가려내라니..

4개 지방선거를 동시에 투표하는 현재의 방식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현행 제도에서 1개 선거당 3명의 후보자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유권자는 4개의 선거에서 모두 12명의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투표를 해야 한다. 이는 전문가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이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더욱 큰 무리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많은 유권자들은 지역의 특정 정당에게 4개의 선거 항목을 일관되게 투표하는 이른바 일괄투표를 실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무지(無知)의 유효표를 양산하여 진정한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현상을 피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분리하여 실시하는 2개 동시선거 체제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후보자의 품질, 냉정히 따져야

지역에서 큰 변함이 없이 항상 몰표를 받는 정당이 있다면, 과연 그 정당은 정책개발과 능력있는 후보자 선발에 얼마나 공을 들일 것인가?

옆집 식당에서 아무리 맛있고 값싼 음식을 제공한다 해도, 맛도 없고 값도 비싼 음식점이지만 지역사람이 운영한다고 주민들이 모두 그 음식점만 이용한다면 그 식당 주인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음식값을 내릴 생각을 하겠는가?

우리는 소비자들이야말로 상품의 질과 가격을 결정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정치적 소비자인 유권자로서는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를 개선하는데는 지역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후보자의 메뉴가 무엇이고 그 가격은 얼마이며 맛은 어떠한지에 대해 자세하게 소비자들, 즉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10년 뒤를 예비하자

지난 10년간 우리가 키워낸 지방자치를 되돌아보면서, 우리의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악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실은 아니었는지, 지방선거를 거듭해서 치르면서 정책대결보다는 끼리끼리 모여서 해보자는 식의 지역할거 심리만 커진 것은 아닌지 자성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10년 후에도 중앙의 지방사무이양은 개선되지 못할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능력은 여전히 그 수준이며, 지방의회의 권위와 처우는 개선되어있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지난 10년전 처럼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