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용

합덕농협 과장

지난 봄 타는 듯한 가뭄으로 인해 밤잠 못자면서 논에 물을 대어 모내기를 하느라 농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올 여름에는 고온다습하여 평년에 비해 병충해 발생도 많아 방제에도 어려움이 많았으며, 벼 출수기부터 계속되는 가뭄으로 수확량은 물론 수율이 낮아져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누적되는 쌀재고와 소비 둔화로 인해 소비지의 쌀가격은 전년대비 현재 10%정도 떨어져 농업인들의 걱정과 한숨소리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급기야 일부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쌀값대책에 분노한 나머지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는 사태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별다른 대책없이 농협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지 않나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당진관내 농협들은 지난해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80~130억원 정도의 자체수매를 하였으나 금리부담, 쌀가격하락, 감량 및 손실, 재고부담으로 미곡처리장(RPC) 보유 농협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고 있다. 이로인해 금년도에는 수매가격과 수매량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농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쌀문제를 단순한 농업정책의 일부분으로 생각하지 말고 안보적인 측면과 공공적인 측면에서 보다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방이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군사안보를 책임지고 있다면 농업은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생명창고로써 식량안보를 책임지고 있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량문제는 국가안보의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성이 낮더라도 농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때 라면, 설탕 등 수입원료에 의존하는 일부 생활품의 경우는 가격급등과 사재기 등의 혼란이 있었지만 쌀 값은 안정되었으므로 IMF위기 아래에서 국가경제안정에 크게 기여한 효자산업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0년 우리나라가 냉해로 인해 쌀농사가 흉작이었을 때 톤당 200달러였던 쌀값이 550달러로 인상된 비싼 가격으로 수입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앞뒤가 안맞는 정책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민들을 더이상 혼란스럽게 하지말고 5년, 10년 뒤의 식량안보를 위해서 지속가능한 생명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동안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쌀소비 촉진과 양곡유통정책에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언론이나 정부에서 말하는 쌀재고량은 과잉이 아니다. 그 예로서 지난 30년 동안 쌀재고를 살펴보면 5년 단위로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쌀재고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해결책이 있다. 일시적 과잉에 대한 재고관리를 하지 않고 증산정책중단 등 양정틀을 바꾸려는 것은 2004년 쌀시장을 관세화로 완전개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가는 부분이며, 쌀정책은 가격지지에서 소득지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하고 직불제 등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식량안보와 통일을 대비해서 논농사는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일시적으로 남는 쌀은 대북지원을 통해 농가불안을 해소하고 재고관리비용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가을쌀 대책은 시중유통량을 낙관적으로 잡고 있고, 농협을 통해 싯가매입, 싯가방출 2백만석을 하겠다는 것은 현실정을 무시한 정책이며 수탁판매 1백만석은 농민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것이라 사료된다.

그리고 계절진폭과 관계없이 공매곡 방출을 중단해서 민간시장 기능을 살려야 하며 산물벼 수집, 건조, 저장시설은 쌀산업의 필수시설이 되고 있는데 농협의 미곡처리장은 수지를 맞추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시설을 짓고, 운영은 농협 등에 맡기는 것도 적극 검토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때 세계시장을 지배했던 영국이 자국의 공업력을 믿고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식량공급을 해외에 의존하는 정책을 펼쳐 오다가 두차례에 걸쳐 세계대전에서 해상봉쇄를 당해 국민들이 식량부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은 후 국가안보차원에서 식량자급력 향상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설정한 결과 영국의 식량자급율은 2차세계대전 이전의 40% 미만수준에서 현재는 125%로 올라가 세계유수의 밀 수출국이 된 것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