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으로 추억 속으로
그리운 사람들, 31년 전의 가물거리는 추억 - 안효권(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밥먹듯 배를 굶주렸던 시절, 어린 마음에 일가친척들이 모이면 우선 풍족한 음식이 있어 좋았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그러니까 내가 일곱 살 되던 해에 할머니의 회갑잔치가 있었다. 큰 사진은 그때 모처럼 모인 일가친척들이 집 앞의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찍은 것이다. 고이 한복을 차려입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 사이에 과자를 사달라고 떼를 쓰며 할머니의 품에 안긴 동생,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에 눈을 찡그린 나(맨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사진 속의 인물들 중에 3분의 1은 이미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얼굴이 되어 버렸다.
작은 사진은 백일 때 찍은 것인지, 돌 때 찍은 것인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꼬까옷을 입어 신나던 내가 고무공을 둥둥 뚜드리다가 갑자기 터지는 사진기의 조명에 깜짝 놀랐던 것 같다. 엉겁결에 찍은 것이지만 내게는 소중한 사진이다.
사진 속의 분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시간에 묻혀진 추억들이 가물거린다. 지붕을 개량하고 허물어진 곳을 보수해 지금까지 살고 있는 송산면 삼월리에 위치한 집과 풀숲을 헤치며 지치는 줄도 모르고 뛰어 놀았던 뒷산, 반짝 윤이 나는 흰 고무신과 와락 달려들어 튼 얼굴을 부비던 헤진 한복. 그네들의 살내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세월을 돌릴 수만 있다면 예전의 그 풍경 속으로 돌아가 잊혀진 분들의 품에 안기고 싶다.
안 효 권(38세)
송산면 삼월리,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
© 당진시대 · 사진과 이야기는 주민이 들려준 것입니다. 원본 사진에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