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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했던 6.25, 그리고 어느새 일흔넷이 되어"

사진 속으로 추억 속으로

"끔찍했던 6.25, 그리고 어느새 일흔넷이 되어"

이구하 우강면 강문리

우강면 강문리 · 2002년 6월 당진시대 게재

사진속으로 추억속으로

6.25 당시 나는 제5사단 35연대 하사로 근무했었다. 강원도 인제에서의 치열했던 야간전투. 적군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아군의 방어선이 허물어졌다. 머리 위로 지나가던 총탄과 휘날리던 포탄, 간밤의 정적을 무참히 깨어버린 폭음들.

당황한 아군은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맹수의 울부짖음 같은 폭음이 들렸고 그것으로 그 밤의 기억은 끝이 났다. 파편을 맞고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깨어보니 병원이었고 아군의 전세와 함께 밀리고 밀려 대구육군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사진은 그때 같은 병실에 있던 전우와 찍은 것이다(왼쪽이 나).

그때 우리 안사람은 내가 전사한 줄 알았다고 한다. 아무런 연락이 없었으니 그렇게 여긴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고생이었던 시절. 그리고 6.25. 다시금 돌이키고 싶지 않은 끔찍한 나날들이었다. 나는 요행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담배 한 대도 나눠 피웠던 전우들은 어떻게 됐을는지.

그때는 피가 끓는 젊은이였으나 어느새 일흔 넷의 노인이 되었다.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북을 치며 세월의 무상함을 달래보지만 쭈글쭈글한 얼굴은 어디 가는가. 험한 세월이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다. 젊은이들이여. 우리 늙은이들도 한때는 자네들과 같았다. 오히려 더 순진하고 정직하고 아름다웠다. 한 세대가 가면 다음 세대가 오는 것은 어길수 없는 순리이나 전세대가 없으면 다음 세대도 존재할 수 없는 법. 필시 자네들과 우리는 흐르는 물처럼 하나와 같다. 그것을 알지어다.

이 구 하 / 우강면 강문리

© 당진시대 · 사진과 이야기는 주민이 들려준 것입니다. 원본 사진에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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