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정치 공방이 지역사회에 ‘현수막 난타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진시내를 비롯해 각 읍·면·동의 주요 길목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게시하면서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50억 클럽’ 사건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지난 12일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저임금 노동자 200년치 월급 50억, 아버지 저도 퇴직금 50억 받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당진지역 곳곳에 게첨했다. 이어 진보당에서도 ‘50억 클럽’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최근에는 이에 반격하듯 국민의힘에서 “아들아, 부당이득 탐나거든 대장동을 기억해라!”, “민주당이 정쟁에 몰두할 때, 국민의힘은 민생에 집중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정치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 개정된 옥외광고물법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 지정게시대에만 현수막을 게첨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정당 현수막에 대해 규제를 없앤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 교차로 등 어느 곳에나 현수막을 달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정치 공방이 더해지면서 전국적으로 거리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고, 상대 당에 대한 비난과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읍내동에 거주하는 A씨는 “각 정당의 난타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뉴스에서도 온종일 떠들어대는데, 길목마다 설치돼 있는 현수막은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 밖에 없어 불쾌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각 정당에서 홍보하고자 하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시민들은 여·야의 끝없는 정쟁 때문에 피로감을 넘어 정치혐오로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당 현수막으로 인해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당진시에서는 법에서 허용 가능한 정치 현수막일지라도 상대당에 대한 비난 일색인 현수막 제거에 나섰다. 당진시 주택과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통해 정책·현안 홍보가 아닌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에 대해서는 지난 20일부터 철거하고 있다”며 “각 정당과 현수막을 제작하는 옥외광고물협회 측에도 비방이 담긴 현수막은 게시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설 명절 당시 과천시의회 박주리(더불어민주당)·황선희(국민의힘) 의원 게시한 현수막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처음 정치에 입문한 두 시의원은 하나의 현수막에 함께 사진과 이름을 함께 넣고 “과천시민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 현수막은 설 명설 당시에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중앙 정치권에 울림을 준다”며 SNS를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