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면 맷돌포는 풋풋한 인정이 살아있는 조그만 어촌마을이다. 삐딱한 폐선과 끝없이 펼쳐진 갯벌, 수평선 끝에 걸쳐 앉은 아산만, 서해바다의 고즈넉한 정취에 빠져보기에는 이만한 장소도 드물다.

최근 이곳 맷돌포에 강변 카페촌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배 모양을 한 음식점이 들어섰다.

맷돌포에서 15년간 어업에 종사해온 윤익희(41세)씨가 바다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고향바다 가까운 뭍에 띄운 특별한 범선이다.

“평생 배타고 살 팔자인가 봅니다. 바닷가 근처에 횟집을 운영하는 것은 오랜 제 꿈이었습니다. 이제 횟집 운영의 꿈도 이루었고 물살 가르는 배는 아니지만 배도 한척 장만했으니 남은 일은 손님들에게 펄떡 뛰는 횟감을 제대로 대접하는 일뿐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고 10월 20일 개점 날만 기다리고 있는 윤익희씨의 말이다.

스스로 “말주변 없는 무뚝뚝한 뱃사람”이라고 말하는 윤씨는 서해범선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배를 모두 처분해야 했지만 유독 선외기 한척은 남겨뒀다. 고향 앞바다에서 나는 제철 해산물들을 가장 싱싱하고 맛있는 상태로 손님들 식탁에 내놓기 위해서다.

재료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여타 음식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연산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배를 탔던 자신이 자연산 회맛을 알기 때문에 편하자고 아무 횟감이나 사서 대접할 수는 없다고 한다. 바다가 허락하고 몸이 말을 듣는 한 배를 몰 작정이다. 천상 고집스럽고 우직한 뱃사람이다.

겉에서 볼 때는 다소 왜소해 보이는 범선은 일단 실내에 들어서면 아늑하고 짜임새 있는 공간 연출에 놀라게 된다. 최대 60여명까지 앉을 수 있는 1층 홀에는 모두 14개의 창이 나있어 서해바다 풍광이 그대로 들어온다. 바닥에는 온돌을 깔고 외벽에 단열재를 세심하게 넣어 차가운 바다바람을 막았다. 늦은 저녁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멀리 서해대교의 현란한 조명이 드리운 밤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벗들과 두런두런 사는 얘기 나누며 술잔 기울이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범선 2층에는 단체 모임을 위한 방이 들어서 있다. 모두 스물 다섯명까지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젊은 연인들이라면 2층 테라스가 제격이다. 회를 먹고 난 손님들이 바다경치가 내려다보이는 탁트인 공간에서 커피 한잔 할 수 있게 마련된 테라스는 마치 선상 갑판처럼 꾸며져 독특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기호에 알맞다.

“마흔이 넘을 때까지 맷돌포를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식당개업도 고향에서 하게 돼 마음이 더할 수 없이 편하고 푸근합니다. 인근에 식당이 드물어 손님 몰이야 덜하겠지만 꾸준히 장사하다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겠죠.”

서해범선 선장답게 조급한 마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때를 기다리며 선장으로서 묵묵히 약속을 지키며 일해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Tel. 363-9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