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 소리 들어도 좋아, 삐삐 사랑 10여년

당진축협 신평지소에 근무하는 김용배(38세)씨는 최근 한 외국계 통신업체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내용인즉 “기지국을 더이상 운영할 수 없으니 개인호출기를 반납하고 최신 휴대전화기를 공짜로 받아가라”는 것.

김씨는 평소 소신대로 “삐삐, 계속 사용할 건데요”라고 말하고는 단박에 끊어버렸다.

그가 최신 휴대폰을 거부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삐삐를 사용해도 불편한 사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는 호출기의 장점에 대해 “고장 안 나고, 진동되고 소리도 되고, 요금 싸고, 묵직하니 안 잃어버리고...”라며 10초이내에 최소한 10여가지 이상은 댈 수 있다.

김씨는 당진에서도 몇 안되는 개인호출기 사용자다. 90년대 초반 일대 붐을 일으켰던 개인호출기는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휴대전화기에 밀려 현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다.

그가 시대의 잊혀진 상품, 호출기를 끝까지 고수하는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10여년전 김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생일날, 직장에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거금 17만원을 들여 호출기를 선물했다. 어머님 생신때 선물을 해드려도 모자랄 판인데 도리어 선물을 받아든 김씨는 어머니의 마음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해 어디를 가든지 호출기만은 챙겨 다녔다고 한다.

한해 두해 사용하면 할수록 정이 드는 호출기. 잃어버린 적도 없다. 고장난 일도 없었다. 핸드폰, PCS 등의 유혹이 홍수처럼 밀려들 때도 “그건 잘 터지지도 않고 내 목소리도 생생하게 전달 안되잖아. 역시 삐삐 만한 게 없어”라며 뿌리쳤다.

최근 한 통신업체 대리점에 호출기사용료를 지불하기 위해 들렀던 김씨는 그곳 직원으로부터 기분 좋은 소리를 들었다. 김씨의 호출기 사용량이 당진에서 제일 많고 또 요금도 가장 성실하게 내는 고객이란 내용이다.

“삐삐가 좋고 편한 걸 어쩝니까. 통신업체들도 그래요. 초창기 때는 못 팔아서 온갖 판촉행사를 벌여놓고서는 이제는 기지국을 폐쇄하겠으니 반납하라니요. 요금도 꼬박꼬박 내온 성실한 고객입니다. 자동차를 준다고 해도 반납할 생각없어요.”

주변 사람들은 이런 김씨를 두고 고집 내지는 아집, 혹은 집착이 아니냐는 핀잔을 주곤 한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 있게 “사랑”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