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아프면 갈 곳이 없어요.”
“소아 의료기관이 부족해요.”
당진에서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하는 공통적인 말이다. 정말로 그럴까.
지난달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과목별 전공의 1~4년차 현원 현황’에 따르면,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가 되기 위해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전공의가 최근 10년 동안 61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87.9%(536명)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다. 지난해 배출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304명으로, 10년 전인 2014년에 840명을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소아 의료 인력 확충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전국으로 그 여파가 퍼지고 있다.
여전히 새벽 줄서기…예약
소아과 병원 예약을 위해 새벽부터 줄 서는 일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환자가 많은 송악읍 기지시리에 위치한 A병원은 요즘과 같이 감기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새벽 1시부터 줄을 선다. 캠핑 의자는 물론 침낭까지 동원된다. 늦어도 새벽 2시 또는 3시까지는 가야 현장 접수가 가능할 정도다. 그렇게 해야 아침 7시경 순번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장 접수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똑닥’이 등장했다. 하지만 어플로도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이는 “BTS(방탄소년단) 콘서트 예약보다 어려운 게 소아과 예약”이라고도 말한다. 특히 몰리는 병원의 경우에는 3주 전에 예약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병원 예약을 하기 위해서 손놀림이 빨라야 것은 물론, 초시계까지 동원된다. 18개월 아이를 키우는 최한아(수청동) 씨는 “회사 출근을 하다가도 예약 시간이 되면 차를 정차하고 초시계를 옆에 두고 예약시간에 맞춰 어플에 접속한다”며 “예약에 성공하면 마음 놓고 출근할 수 있고, 못하면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야 한다”고 말했다.
7살 아이를 키우는 장성화(대덕동) 씨 주변도 마찬가지다. 일부 의사의 예약은 초 단위로 마감돼, 병원 예약을 위해 성능 좋은 핸드폰으로 바꾸기도 한단다. 장 씨는 “이마저도 맞벌이 부모들은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며 “예약을 하고도 대기 순번을 받아 계속 확인해가면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일을 하면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늦은 밤 아픈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야간소아응급의료센터가 당진종합병원에서 운영되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소아응급의료센터에는 3명의 소아과 전문의가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순환근무로 진료를 보고 있다. 장성화 씨는 “그래도 당진종합병원에 야간소아응급의료센터가 있어 다행”이라며 “퇴근을 하고 저녁시간에 아이 데리고 야간소아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일도 많다”고 말했다.
소아병동 찾아 삼만리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들의 특성상 새벽에 열이 자주 오르기도 하고,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특히 입원 가능한 소아과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당진종합병원에 소아병동이 있지만 장염의 경우 전염의 위험이 있어 1인실을 사용해야 하고, 1인실이 부족해 입원을 못 하는 상황도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35개월 · 8개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혜진(대덕동) 씨 역시 최근 세종시까지 가서 아이를 입원시켰다. 이 씨는 “아이가 심하게 아파서 여러 곳으로 전화를 돌린 끝에 세종시에 있는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소아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저녁 8시에 출발해 문 닫기 직전인 9시30분에 진료를 보고 겨우 입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예나(우강면 창리) 씨도 최근 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밤 11시가 넘는 시간에 아이가 39도가 넘는 고열을 보여 당진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 수액 맞을 혈관을 찾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곧바로 천안에 있는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병원에 연락했지만 현재 소아응급진료를 하지 않아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고. 김 씨는 “새벽에 갈 병원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와 해열제를 먹이고 미온수로 밤새 열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병원
현재 당진에는 7개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있다. 그 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같이 감기나 폐렴 등이 많아지는 계절에는 일부 병원에 환자가 집중돼 진료받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부모들 사이에서 잘 낫기로 소문이 나면 그 병원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어떤 곳은 2주치 약을 지어 먹여도 낫지를 않는데, 어떤 곳은 바로 호전되기도 한다”며 “어떤 병원에선 단순히 감기라고 했는데, 아이가 계속 아파 다른 병원을 가면 폐렴 진단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 보니 잘 보기로 소문난 병원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진 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감기 등이 점염돼 자주 아플 수 있다”며 “하원 후 소아과를 가려면 늦게까지 하는 병원은 야간소아응급의료센터를 제외하고 단 한 곳뿐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예약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거나 혹은 병원급 소아과가 생긴다면 조금은 문제가 해소될 것 같다”면서 “어린 아이들이 입원할 수 있는 소아병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