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 10년이 충남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우선 관료주의에 빠져 있던 공무원들의 대 주민 자세를 공손하게 만들었다. 상명하달식 체계에 익숙해 있던 공무원들이 지역의 문제를 주민의 시각에서 보기 시작했다. 생활의 문제를 지방정치를 통해 해결하려는 주체적 노력이 미약하나마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충남도가 내세운 ‘인본행정’, ‘신경영행정’, ‘전국 제1의 시간관리도’, ‘행정 무결점운동을 도입 한 ISO 9001, 100ppm 인증획득, C.I.P 도민헌장 제정 등은 지방자치제도가 낳은 실질적인 시책들이다.

지역문제, 주민의 시각에서

예산주민연대 성기원 사무국장은 “지방자치 부활 전에는 정책결정과 단체장 인사가 공무원과 중앙정부에 의해 모두 이뤄졌기 때문에 주민의 의사가 무시되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지방자치 출범 이후 선거와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공무원의 자세가 친절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주민들의 참여도, 자치의식도 크게 증가했다. 해마다 주민들에 의한 행정정보청구 건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진정, 청원, 집단민원도 증가 추이에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 출범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도 많다. “지방자치 무용론”이 심심챦게 제기될 정도로 적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주된 문제점은 지방자치를 왜곡하는 잘못된 자치관행이다. 도내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잘못된 자치관행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우선 이런 저런 유형으로 끊임없이 터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공무원들의 비리는 해당 자치단체의 행정적 권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동시에 주민 불신을 눈덩이처럼 키워 이제 걸음마단계인 지방자치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논산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공주시장이 비리사건에 연루돼 시장직을 잃었다. 시·군의원과 도의원들의 비리연루에 의한 교체는 일일이 꼽기 조차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개인비리로 신병이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은 자치단체장이 영어의 몸으로 ‘옥중결재’를 하는 웃지못할 촌극까지 벌어졌다.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관행들

또 자신의 측근 인사들만 중용하는 극단적 정실인사로 지탄을 받거나 무모한 선심행정을 남발해 재정에 구멍을 낸 자치단체장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심대평 지사는 고교동창인 산하기관 간부를 연임시키기 위해 인사규정을 바꾸려다 물의를 빚었다. 충남도와 천안시가 49%를 출자한 중부농축수산물 물류센터는 개장 1년여만에 28억8천여만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열악한 재정속에 무더기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부어 치르는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도 득보다는 실이 많은 행사로 마무리될 공산이 높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각 시·군의 무분별한 행사개최, 경쟁적인 청사신축 및 경영마인드없는 대형사업 추진, 연중 사용기간이 수십여일에 불과한 공설운동장 신축 등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더미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을 부실의 늪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시민단체는 잘못된 지방자치 4대 관행으로 △투명하지 못한 판공비 사용 △각종 용역의 남발·남용 △선심성 예산 지원 △관광성 지방의회 의원 해외연수 등을 제기하고 있다.

중앙정부 너마저…

중앙정부와 정치권 일각까지 나서 지방자치 정착을 위협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잘못된 관행을 문제삼아 지방자치제도 폐지·축소 논리를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지방자치가 지역사회 소수 기득권층들의 권력적 기반만 강화시켜줌으로써 오히려 혼탁한 지방정치를 양산하는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0.6대 19.4에 그치고 있고 중앙정부 위임사무가 광역단체는 30~40%이고 기초단체는 50~60%에 달해 권한도 없는 위임사무 처리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도 지방자치의 목을 죄고 있다.

주민소환제 등 장치마련 절실

순천향대 김학민 교수는 “지방세의 비율을 높이고 자치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어느 정도 자치입법을 가질 수 있도록 법개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중앙정부의 대폭적인 사무이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이밖에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개입을 제거하기 위해 중앙당 공천권을 배제시키는 등 계보정치의 사슬을 끊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아산시민모임 박근수 사무국장은 “주민소환제와 주민발안제, 주민 직접청구제 등을 도입해 주민과 사회단체 등이 지방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때 지방자치가 자주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