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읍내에서 20분가량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충남 논산의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동네 또래 친구들이 없었던 나는 마당에 떨어진 곡식들을 쪼아 먹는 참새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새(bird)멍”하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시절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한 ‘베테랑’ 영화가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국에 경찰 신드롬(Syndrome)을 일으키고 있었다. 극 중에서 주인공인 황정민 배우가 범인들을 잡고 특별승진할 때 입었던 정복에 새겨진 ‘참수리 마크’가 내 심장에 벌침을 쏘듯이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이 때 참수리는 천연기념물 제243-3호이고 또한 ‘참수리 마크’는 공평한 법 집행으로 국가와 국민을 지키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형상화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육군(GOP) 만기 제대 후 대전 중앙경찰학원에서 자정까지 앉아 있느라 치질을 달고 살았던 나는 2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중앙경찰학교에 입학, 6개월 교육 수료 후 드디어 2024년 1월 29일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로 발령받았다.
첫 출근하던 날 지구대 문을 씩씩하게 열고 들어가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발령받은 제313기 김현학 순경입니다”라고 인사하자 선배님들 모두 환하게 웃으시며 “여어 김순경, 잘 왔어”라며 악수를 청하실 때 ‘실수하지 말고 배운 대로만 하자. 아자 아자~~’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신념에 불타는 새내기 경찰관이 출동한 첫 현장에서 차도에 반쯤 걸쳐 누워있는 약주한 어르신을 만났다. 깨웠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저리 가라 가! 가! 누가 도와 달라고 했어”라며 역정을 내었다. 달래고 달래 순찰차로 집 안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가는 내내 이유도 모른 채 지청구만 들었다.
중앙지구대에서만 2023년 5월 6일부터 2024년 5월 5일까지 순수한 ‘주취자’ 신고만 1215건, 즉 매일 약 3.3건이나 들어왔다. 두 번째 112신고는 보이스피싱 신고였다. ‘보이스피싱’ 신고도 지난 1년 동안 236건 즉 이틀에 한 번꼴로 들어왔다.
경찰이 되기 전에는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경찰이 도와주면 고맙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나를 보자마자 ‘프로참견러(촉새)’를 대하 듯이 “왜 간섭하냐? 할 일이 그렇게 없냐! 내가 범죄자냐?”고 벌처럼 쏘아 붙이시곤 했다. 내가 세상을 모르는 걸까? 어렵다!
평소 지인들에게 경찰관이 된 나를 자랑하시던 부모님이 이런 모습을 보신다면 많이 속상해하실 것 같아 어두운 원룸에서 나 혼자 서운함을 삭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3시경 당진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들이 우리 중앙지구대 출입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와 “경찰님 너무 고맙습니다”라며 꾸벅 인사를 하면서 주뼛주뼛 붕어빵 1봉지를 건네주었다.
삐뚤빼뚤하지만 수줍음과 고마움이 물씬 풍겨나는 ‘붕어빵 맛있게 드세요’ 라는 메모와 함께. 일주일을 모아 산 것이라고 하면서…….
그래, 서운하고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내 맘을 몰라 주는 짝사랑을 탓하지 않듯이 항상 꿋꿋하고 듬직하게 국민 여러분 곁에 서 있겠다는 중앙경찰학교 때의 초심대로 오늘 하루도 묵묵히 나에게 떨어진 신고를 나가자.
당진시민 여러분! 김현학 순경이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