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당진의 간척지에 추진하려던 스마트축산단지 조성사업에 포기를 선언했다. 당진시민이 승리한 것이다.
‘ICT 기술 이용 축산집합 시범단지 운영’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 지사의 공약이었다. 그리고 김태흠 도지사 후보는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당연히 당선된 지사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공약 이행의 절차가 잘못되었으며, 충남의 축산업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이 부족했다.
김 지사의 당초 공약은 당선 후 ‘충남 ICT 융복합 스마트축산 시범단지 조성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1090억 원을 들여 26년까지 당진의 석문간척지와 보령의 부사간척지에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용역에서 360ha에 60만 두의 축산산업단지를 1조2000억 원을 들여 조성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추진 계획상 시‧군비가 20%를 부담시키는 상황에서 축산단지가 조성되는 자치단체의 입장을 사전에 파악하고 협의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우선적인 것이 주민들의 입장을 파악하는 절차가 선행되었어야 했다. 당진시가 충남도에서 축산단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용역 결과 발표하는 날이었다는 것에 충남도의 사업추진이 독단적임을 보여준다.
또한 공약을 만드는 과정과 당선 후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 있어 축산업계의 현실에 대한 상황 파악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산재한 돈사로 인한 악취 민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돼지를 키우는 영세한 축산농가가 과연 조성되는 축산단지로 입주가 가능하며 집단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했다.
즉 김 지사는 당진의 축산농가의 말을 듣는 절차가 필요했고 송산면과 석문면 주민들의 말을 들어봐야 했다. ‘최첨단 아파트형 축사’나 ‘축산인이 양복을 입고 출퇴근한다’라는 식의 논리로는 구제역이나 ASF(아프리카돼지열병)에 시달리며 업을 이어온 축산농가를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대상지인 석문간척지는 국가가 간척사업을 추진하며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에게 불하하기로 약속된 농지여서 간척지 농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김 지사의 석문간척지 축산단지 조성사업의 추진은 송산면과 석문면의 농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간과한 채 당진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에 대한 철회를 공식화하며 김 지사가 던진 일성이 “민주당과 진보당이 정치변질화 시킨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했다. 지난 총선을 되돌아보면 민주당과 진보당의 후보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후보까지 당진 축산단지 조성을 결사반대한 사실을 모르고 정치 변질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충남도의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도지사가 해당 지역의 정치인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입장을 발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정치활동에 대해 ‘정치 변질’이라 폄훼하는 것 자체가 아집과 독선적인 정치공세라고 생각한다. 총선 국면이 아니었고 정당의 개입이 없었어도 당진시민들은 이미 스스로 반대대책위를 구성했고 사업추진의 철회 결정이 있을 때까지 싸웠을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민심의 흐름에 순응하고 올라탄 것이며, 김 지사는 민심에 역행하고 본인의 생각만이 옳다는 아집과 독선에 빠져 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민주주의는 어렵고 느리고 복잡하다. 김 지사가 생각하는 스마트 축산단지의 필요성에 대해 백번 공감한다 해도 그 과정이 비민주적이고 행정 편의적이며 일방적일 뿐이다.
이젠 앞으로 김 지사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은 도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점을 아무 죄 없는 돼지도 알고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