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의 벼슬을 쓴 용의 형상… 우리가 아는 어느 산보다도 다채로운 산, 서부충남의 산들은 여느 지역과 달리 산세가 유순하고 부드러우며, 산이라야 산인지 평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산들이 대부분이지만 계룡산은 충청인의 자존심인 양 장엄하게 우뚝 솟아 유순한 듯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우리 민족의 성산인 계룡산(鷄龍山, 845.1m)은 산의 형국이 마치 금계포한 형이자 비룡승천 형이니 금닭이 알을 품고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라는 무학대사가 명명하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흔히 닭 벼슬을 쓴 용 형상의 산이라 말한다.
계룡산은 밀도 높은 아름다운 귀봉의 연속이며 비록 면적은 작지만 당차게 차오르는 암봉들은 사뭇 다부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67년 지리산에 이어 두번째로 국립공원에 지정되었다. 이 산이 가진 아름다움의 핵심은 수려하고 균형미 넘치는 귀봉이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듯한 봉우리들과 칼등 같은 바위능선이 산세를 이루며 은밀하면서도 깊은 계곡이 예로부터 신성시되는 산이라는 것이다.
이 산 정상은 천황봉이지만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계룡산의 주봉은 삼불봉(三佛峰. 775.1m)이라 한다. 모든 산이 이 산을 중심으로 관음봉, 신선봉, 수정봉과 정상인 천황봉이 펼쳐져 있으며 동서남북의 사찰 또한 그 선을 연결하여 보면 다이아몬드의 형상으로 그 중심에 삼불봉이 위치하니 신비하다 할 수 있다. 동학사 계곡으로 뻗어내리는 지 능선에 동학사가 위치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주봉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공주시와 대전시 논산시의 접경 지대이며 산세가 평평하게 이어지다가 급작스레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경사와 많은 등산로가 당황하게 하며 주 능선에서 조금 벗어나 능선 하나만 넘으면 깊고 음습한 또 다른 분위기의 협곡이 특색이다. 비록 작은 산이지만 우리나라의 여러 산들의 특성이 한곳에 밀집해 있는 듯 변화가 많은 산이다. 집단시설지구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좌측 길가의 깊은 계곡에 시원스럽게 흐르는 맑은 물과 동학사에 이르는 길은 계곡의 수림이 빼곡이 들어선 음습함이 정취와 도로에서 풍기는 신선하면서 고풍스러운 멋은 겨울 한적한 산길의 소소함이 가슴 깊숙이 흠뻑 젖어오는 듯하다.
동학사를 지나 2분여 거리에서 등산로가 시작되며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백설을 밟으며 시간 반을 오르니 말 안장에 올라선 듯한 관음봉(816m) 고개에 도착한다. 왼쪽 길은 갑사와 신원사로 내려가는 길이며 100m가량 오르면 전망대가 서있고 계룡산 산행의 중심지라는 관음봉 정상에 도착하니 800여 고지의 세찬 바람이 두 뺨을 매섭게 스쳐간다. 그러나 추위를 느끼기보다는 감탄사가 먼저다. 한기가 몸 속으로 스며드니 철사다리를 따라 관음봉을 내려서니 동아줄을 타는 듯한 자연성릉과 칼등을 걷는 듯한 바위능선은 장쾌하게 북으로 이어지며 서쪽사면은 비교적 완만하여 안정감을 주지만 동사면은 직벽을 이루니 내려다보면 아득하여 현기증이 날 만큼 가슴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암릉을 따라 30여분 걸으니 “신이 빚어놓은 듯한 극치를 이루는 계룡산”의 백미인 자연성릉 특유의 경관과 조망이 펼쳐진다. 동사면의 황적봉을 시작으로 움직이는 용을 보는 듯한 능선이 힘차게 뻗어 쌀개봉에 이르며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천황봉은 오른쪽으로 쌀개봉 능선을 지나 문필봉, 연천봉 능선에 이어지니 봉황이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한 형국은 대장관을 이룬다. 백설이 만연한 탁트인 조망을 바라보며 첫 봉우리를 넘어 세번째 봉에 이르니 제법 높은 봉이 앞을 막는다. 이 봉우리가 동학사 계곡에서 바라보면 세분의 부처를 보는 듯하다하여 명명하였다는 삼불봉이다.
산 기슭으로 이어지는 우회길을 버리고 정상에 올라서니 그 조망의 아름다움은 계룡팔경중 2경으로 그 경관이 가히 일품이다. 밀려오는 풍광이 찬바람에 밀려 철게단을 내려서니 금잔디 고개에 이른다. 관음봉을 시작으로 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안부에서 좌측 길은 심우정사로 향하는 길이며 우측은 동학사로 하산하는 길이다.
부처가 있는 삼불봉을 바라보며 안부의 경사길을 5분여 내려서니 옛 청량사지 터에 다정한 오누이 탑(남매 탑)에 이른다. 수도중인 옛 백제 왕족과 호랑이가 업고 온 여인과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을 생각하며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가슴 저미도록 아름답다는 사지 터를 돌아서려니 무언가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이 든다. 우리와 밀접한 곳에 있으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아쉬움에 고개 숙이며 그 여느 산과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절묘함을 느낀다. 정상은 천황봉이며 산행의 중심지는 관음봉! 산의 중심은 삼불봉이니 계룡산은 우리가 알고있는 산보다 더욱 다채로운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