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에 큰 상처를 입은 채 구조된 '카페'를 돌보는 할아버지 고양이
복부에 큰 상처를 입은 채 구조된 '카페'를 돌보는 할아버지 고양이

대만 타이페이의 근교에는 ‘허우통’이라는 마을이 있다. 마을의 이름보다는 ‘고양이 마을’로 더 알려진 곳이다. 기차에서 내리면 처음 마주하는 것이 고양이다. 그리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 쉽게 고양이를 마주할 수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 자리 그대로 낯선 관광객을 반긴다. 그리고 고양이와 관련한 상점과 카페는 물론, 고양이 모습을 한 다리와 의자, 장식 등이 곳곳에 있다. 한 때는 광산도시였으나, 광산업이 저물었던 이 도시를 다시 살린 것은 고양이였다. 허우통이 고양이와 사람이 더불어 사는 것처럼 우리는 ‘공생’(共生) 하는 세상을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정말로 공생하고 있을까. 인식의 변화는 이뤄졌지만, 여전히 아프고 버려진 동물들이 많다. 이유없이 미움을 받고, 학대를 당한다. 그러한 고양이를 하나둘 품은 곳이 낭만랜드다. 낭만랜드에 올 수밖에 없었던 고양이들의 사연과 어떻게 해야 더불어 살 수 있는지 낭만랜드의 주인, 김영숙 씨를 만났다.

“고양이 형체도 아니었죠”

희망이는 지난 2016년에 구조된 고양이다. 귀가 녹은 것 같다는 글이 당진시길고양이보호협회가 운영하는 카페에 올라왔다. 협회가 구조하는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협회 차원에서 나섰다. 그때 구조에 참여한 이영숙 씨가 처음 희망이를 보고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몰라도 두 귀는 물론 등 뒤까지 녹은 채 벗겨져 있었다. 얼마나 음식을 먹지 못했는지 몸은 삐쩍 마른 상태였다. 그는 “그때 모습은 고양이라고 볼 수 없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가까스로 구조를 하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협회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희망이를 살폈다. 하지만 퇴원하고 갈 곳이 없었다. 입양 보낼 곳도 없었고, 동물보호소로 돌아가서도 마찬가지였을 상황이었다. 김 씨의 아들이 입양할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만 이곳에서 돌보자는 말에 희망이는 낭만랜드에 오게 됐다.

세 번의 수술 거친 카페

낭만랜드에는 사연 있는 고양이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구조한 것은 ‘카페’다. 대덕동의 한 카페에서 발견해 붙여진 이름이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카페 대표로부터 아픈 고양이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카페 역시 상태가 심각했다. 사고가 난 것인지, 혹은 사람 발길에 걷어 차이기라도 한 것인지 배 쪽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 가죽이 아닌 생살이 훤히 보일 정도로 찢어진 부위가 상당했다. 당진의 한 동물병원에서 한 차례 수술했음에도 상처 부위가 큰 데다가 찢어진 지 오래돼 봉합이 잘되지 않았다. 결국 큰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해도 세 번이나 상처부위가 뜯어졌고, 반복해 봉합해서야 수술이 성공했다. 다행히 고양이를 발견한 카페의 주인이 수술비를 보태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눈 한 쪽이 없이 구조된 고양이
눈 한 쪽이 없이 구조된 고양이

입술이 없던 아미

아미는 대덕동 먹자골목에서 구조한 고양이다. 아미는 입술이 없다. 뜨거운 것을 먹은 건지, 혹은 학대를 당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구조했던 당시에도 입술 없이 생활한 지 꽤 지났을 무렵이었다. 밥을 먹어도 입술이 없는 탓에 줄줄 샐 수밖에 없어 가슴 쪽에도 음식물로 인한 피부 염증이 심한 상태였다. 김 씨는 “아미는 약을 먹이려고 해도 먹지 않고 거부했다”며 “길고양이라 손을 타지 않아 약이나 밥을 주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결국에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작은 세상이지만 집 거실에서라도 자유롭게 살라고 풀어두니, 그때부터 상처가 낫더라”며 “사람의 손을 거부했던 고양이가 마지막에 세상을 떠날 때는 우리에게 안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리 잘라진 채로 온 고양이들

종종 구조 현장에서 다리가 잘린 상태의 고양이들을 많이 만난다고 한다. 올해 구조한 ‘당산이’는 2~3년 이상 다리가 잘려 덜렁거리는 상태로 지냈다고 한다. 당진 시내 쪽에서 발견한 ‘나무’도 마찬가지다.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싫다고, 또 음식물 쓰레기를 헤집는 게 더럽다는 이유로 여전히 쥐덫이나 올무를 놓기도 한다. 다리가 잘린 고양이들은 상처를 치료하지 못해 죽거나 혹은 나무나 당산이처럼 덜렁거린 채로 살아간다.

구조 당시 고양이 목에 걸려 있던 목줄, 버려진 고양이가 담겨 있었던 아주 작은 바구니
구조 당시 고양이 목에 걸려 있던 목줄, 버려진 고양이가 담겨 있었던 아주 작은 바구니
구조 당시 고양이 목에 걸려 있던 목줄, 버려진 고양이가 담겨 있었던 아주 작은 바구니
구조 당시 고양이 목에 걸려 있던 목줄, 버려진 고양이가 담겨 있었던 아주 작은 바구니

당진 어시장에서 발견한 대복이는 파리를 잡는 끈끈이가 붙은 상태에서 발견됐다. 회를 먹기 위해 시장을 찾은 곳에서 작은 고양이가 계속 식당을 맴돌자 주인은 쫓아내기 바빴다. 어딘가 이상해서 보니 털에 파리 잡는 끈끈이가 딱 붙은 상태였다. 이미 그 기간이 오래 지난 듯했다. 그냥 둘 수 없어 낭만랜드로 데리고 온 이 고양이에게 식용유를 이용해 끈끈이를 하나씩 떼주었고, 이제는 “복을 많이 받으라”는 마음으로 ‘대복’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이름 덕인지 오래 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길에서 주운 고양이를 집에 데려갔다가, 부모님이 키우지 말라는 소리에 쇼핑백에 담겨 버려질 뻔했던 ‘백설’이, 엉덩이가 썩어 들어가 구더기가 들끊던 ‘베짱이’, 풀숲에 버려져 빽빽 울고 있었던 ‘여름이’, 쌓인 쓰레기에서 발견한 피부병을 앓던 ‘레인이’ 등. 낭만랜드에는 사연 없는 고양이가 없다.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할까.

김 씨는 “낭만랜드 같은 곳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모든 아픈 고양이를 돌볼 수는 없다. 실제로 안타까운 마음에 아픈 고양이를 구조해 키우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돼 손을 놓아 버리는 ‘애니멀호더’들도 있다. 그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김 씨는 “보듬어서 같이 가는 세상이 되어야만 한다”며 “학대와 유기가 아닌, 그저 물과 사료 한 줌만 준다면 동물들과 같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우리가 손을 내밀기만 한다면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