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쌍 중 진짜 부부인 정재길 어르신과 쪈치김풍(베트남) 씨
4쌍 중 진짜 부부인 정재길 어르신과 쪈치김풍(베트남) 씨

사회복지법인 평안마을(시설장 유양희)의 너른 마당에는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청사초롱이 흔들리며 환한 빛을 비췄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은 마치 수십 년 전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4일 가을볕이 따사롭게 내려앉은 마을이 떠들썩한 축제의 현장이 됐다. 어르신들이 기다리던 전통혼례체험 프로그램, ‘꽃가마 타고 시집장가 가유~’ 청사초롱 아래 신랑과 신부로 분한 어르신들의 전통혼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당진시 복지재단이 주관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돼 마련됐다. 어르신들이 전통 혼례복을 입고 오랜 기억 속 그리운 순간들을 되살리며 인지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 기획됐다.

식전 행사로는 조미옥 단장을 필두로 한 기지시리 줄다리기본부 농악팀이 흥겨운 풍물놀이를 펼쳐 흥을 돋우며, 마을 전체가 전통의 장단에 맞춰 즐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전통혼례는 정재길(80세), 쪈치김풍(베트남) 진짜 부부 한 쌍과 세 쌍의 가짜 부부 △정인덕(72세)·최병화(88세) △한인수(65세)·오경환(87세) △유재욱(86세)·김순덕(75세) 어르신들이 참여했다.

전통혼례에 하객으로 참석한 내빈들과 기념사진
전통혼례에 하객으로 참석한 내빈들과 기념사진

백년가약의 설렘을 또다시!

새색시 새신랑으로 분한 신랑과 신부가 들어서자 내빈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혼례를 치를 남자 어르신들은 사모관대를 입고, 여자 어르신들은 족두리와 비녀를 단 새색시 차림으로 변신한 모습이었다. 부부들은 정성스럽게 재현된 전통 혼례식의 절차를 하나하나 밟으며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혼례식은 유양희 시설장의 거례 선언으로 시작됐고, 양기림 당진시복지재단 이사장과 유양희 시설장이 함께 촛불점화했다. 혼례식 진행은 평안마을 손인석 사무국장이 맡았다. 먼저 신랑, 신부는 손을 씻고 입장해, 전통 예법에 따라 △교배례(신랑 신부의 맞절) △성혼례(양가부모 및 내빈에 큰 절) △합근례(술잔을 마심) △서천지례(성혼선포)를 이어갔다. 평온마을의 어르신들은 다시 백년가약을 맺었던 청춘의 한 때를 떠올리며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얼굴을 붉혔다.

이날 혼례식이 끝난 후 참석한 내빈들은 잔치국수를 한 그릇씩 나누며 다복과 건강의 덕담을 건넸다. 이날 한 어르신들은 멋진 혼례식을 다시 한번 치르게 될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평안마을에서 다시 기록된 화양연화

이번 전통혼례 재현 행사는 어르신들에게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전통문화를 되새기고 어르신들의 삶 속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잊고지냈던 기억을 다시 꺼내며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됐다.

이 행사를 주최한 유양희 평안마을 시설장은 “어르신들이 전통 혼례식을 통해 옛 추억을 되살리며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행복한 기억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새신랑과 새색시로 변신한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모습을 보며,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인 ‘화양연화’를 떠올린 것 같아 감동”이었다고 덧붙였다.

전통혼례에 하객으로 참석한 평안마을 전체 기념사진
전통혼례에 하객으로 참석한 평안마을 전체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