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4일은 당진문화재단의 이사장대행 체제 운영 1년째 되는 날이다. 문화재단은 조례와 정관에 따라 이사장 퇴임 최소 2달 전에 이사장 선임 절차를 개시하고 그에 따라 신임 이사장이 선임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진시는 조직개편 용역 결과를 적용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대행 체제를 실행했다. 대행의 권한은 정식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재단을 유지 운영하는 것이니 적어도 2023년 12월에는 민간 이사장이 선임되었어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조직개편 용역은 시장과 공무원들의 의사에 대한 논거를 만드는 수단으로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무시되기 일쑤다. 이번엔 그 예가 바로 학교급식 업무의 교육청 이관이었다. 용역에 대한 불신이 이미 발생한 가운데 그를 근거로 제출한 '시장을 이사장으로 한다'라는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가 흔쾌히 통과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결에도 불구하고 시는 계속 제출하였고 이사장 대행은 계속되었다.

당진의 문화 예술을 위해서 유리한 것인가 와는 별개로, 시장과 공무원들은 문화재단 장악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시장이라면 공무원이 예산관리를 넘어서 당진의 문화정책 전반에 대해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 부분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이 되었고 담당 과장은 '엄중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1년이나 이사장 대행 체제로 문화재단은 굴러갔다. 결국 문화재단은 신규사업이나 정책을 결정할 수 없어 당진시의 문화정책은 1년이나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였다. 피해자는 당진시민이었다.

결국 필자는 경기도, 서울시, 아산시 등의 문화재단 조례를 참고하여 문제의 7조 2항을 '이사장, 대표이사, 임원, 감사의 임면, 근무 형태, 임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로 수정안을 내었고 이것에 의원들이 동의하였다.

어찌 보면 매우 비겁할 수도 있다. 쟁점인 민간 이사장, 관선 이사장의 결정을 정관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회는 불완전한 제도와 불완전한 리더가 함께 운영하며, 보다 완전한 제도가 부족한 리더의 전횡에도 사회를 유지시킨다는 ‘유시민’의 견해에 동의하는 바이다.

시가 출자 출연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무원 숫자 때문이 아니다. 민간의 창의성을 기대하는 것, 협소하게는 문화 예술 전문가에게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맡기기 위함이다. 최장 2년마다 순환보직하는 공무원보다 문화와 예술 전문인들이 창의적이고 전문적이다.

여기서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 감독과 창의성 발휘를 위한 자율성 보장이 충돌한다. 지방 출자 출연법은 관리, 감독, 최종 승인 권한을 시장에게 두고 재단의 정관에 의한 운영을 보장하도록 하였다. 즉 재단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당진시 관료나 시장의 선거, 선심용 행사 기획단으로 문화재단이 활용되는 우려가 불식될 것이다.

이제 대표이사제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이사장의 역할은 이사회의 진행자와 문화재단의 얼굴에 불과하다. 이사장이 누구인가 보다 이사가 누구인가가 더 중요하다. 정관에 따라 구성된 이사회는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당진시민의 대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방출자출연법 9조에 따라 이사는 공개모집을 통하여서 시장이 임명하지만 그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4조에 따라 운영심의위원회를 15명 이내로 두되 3명은 시의회에서, 3명 이내는 공무원, 나머지 6인은 위원장인 부시장이 민간인으로 추천한다. 결국 법적으로는 당진시 행정의 의중대로 문화 재단의 의사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와 경기도 문화재단의 이사에 근로자 대표(노동 이사)를 포함하도록 정관에 정한 것은 법에서 보장하는 관의 전횡에 대한 견제 장치라 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내부적인 재단의 문화 전문가는 직원일 수밖에 없다. 이제 당진시가 정관 개정을 통해 민간의 창의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처를 하는가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