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글날, 나는 영광군 불갑면을 찾았다. 불갑산이 우뚝 솟은 그곳은 영광군 관광의 일번지였다. 그러나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고작 1,347명이 살고 있는 불갑면은 마치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한 장면처럼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면사무소 근처에는 편의점 하나 보이지 않았고, 농협 하나로마트와 중식당마저도 휴일이라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곳이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당진시 대호지와 정미의 암울한 미래를 보았다. 인구 2,000명이 무너지면 편의점, 식당, 주유소, 마트조차 운영할 수 없게 된다. 그 정도 인구로는 최소한의 매출조차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주민들이 아무리 문화·복지·정주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도 대거 이주할 수밖에 없고, 결국 텅 빈 공간만 남게 된다.
어떤 이는 출산율 저하가 상대적 행복감 저하로 인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행복지수가 떨어진 이유는 SNS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예전에는 자신의 경제적 수준을 지역 내에서만 비교했지만, SNS의 발달로 전 세계와 비교하게 되었다. SNS에는 자신이 자랑할 만한 것만 올리기 때문에, SNS상의 소득 수준은 실질 소득보다 3배 이상 높아 보인다. 누구나 자신이 남들보다 1/3 이상 가난하다고 생각하게 되니,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SNS나 정보의 통제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출산율 저하를 정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육 부담을 정부가 나눠지는 출산 장려금 지원이 대표적인 정책이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충북 괴산에서 시작된 이 정책은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었고, 지원금 액수도 경쟁적으로 올라갔다. 흥미로운 것은 지원금이 서울 중구에서 멀어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해남 땅끝마을이 최고액을 지급하지만, 출산 지원금을 받은 아동은 5년간 주민등록을 옮길 수 없다. 해남에서는 6세가 되면 아동이 모두 전출하는데, 이는 위장 전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해남은 2024년 전남도 군 단위 인구 감소 1위를 기록했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과 교부금 정책으로 인해 출산 지원금은 예산 확보 전쟁의 도구로 전락했다. 당진시의 2024년 예산을 보면, 재정 자립도는 22%에 불과하다. 1조 2,000억 원 중 9,300억 원이 중앙정부에서 나온다. 1명이 늘어날 때마다 정부가 550만 원을 주는 셈이다. 그러나 당진시의 출산 지원금은 신생아 815명에 5억 4,950만 원으로, 1인당 67만 원에 불과하다. 당진시는 서산, 아산, 예산의 출산 지원금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신생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이다.
당진시의 2023년 신생아 수는 819명이다. 반면 사망자 수는 2023년 1447명이다. 최근 1년간 1270명의 인구가 증가했다는데, 실제론 2000명 이상의 인구 유입이 있었다. 청년 인구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청년이 된 소년보다 장년이 된 청년이 훨씬 많으니 청년 인구는 유입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온전히 당진시의 공격적 기업 유치 정책 덕분일까.
서울에 가까운 지역과 지방 대도시만 살아남은 인구 소멸 지도를 보면, 직장과 주거지 간 거리가 인구증가의 가장 큰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서울이 전국 최저 출산율(0.5)에도 930만 인구를 유지하는 것은 끊임없이 인구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전영수의 ‘인구 소멸과 로컬리즘’에는 ‘먹이 찾아 서울 왔더니 둥지 없어 알 못 낳는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당진 인구 방어 역시 당진동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덕분이다.
정부가 인구 절벽과 지역 소멸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인구 집중에 대한 해소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후로는 그러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진시도 마찬가지다. 순성과 대호지 등의 소멸을 우려하면서도 도심에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것은 모순이다.
이제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대 도시에 인구를 모으고 지역을 자원의 공급처로 활용하는 것, 지역 도심에 인구를 모으고 네덜란드처럼 대농 위주의 농업 정책으로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본심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