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가을 들녘은 황금빛 물결로 가득하다. 어느새 고개를 푹 숙인 벼는 농민들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농민들은 어김없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수확과 동시에 일년 농사를 마무리해 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반복되는 우리네 일상이지만, 고개를 숙인 건 비단 수확을 기다리는 벼뿐만은 아닐 것이다. 떨어지는 쌀값에 제값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면서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고개조차 들지 못할 만큼 농심은 타들어 가고 있다.

농산물 가격 문제는 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파, 배추, 시금치에서부터 수박, 사과, 배는 물론 한우와 같은 축산물에 이르기까지 널뛰기하는 가격으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쩌다 가격이 오른 때를 만난다 해도 멍들어버린 농심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오른 만큼 농민의 주머니가 채워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금값이 되어버린 농산물은 농민과 국민 사이의 거리만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金배추, 金과일이 된 농산물을 바라보는 고개를 떨군 소비자를 바라보는 농심이 어찌 편할 수 있을까,

농산물 가격 문제는 우리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위기의 근본 원인이자, 모든 농업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라는 점은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제값 받을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진다면, 지금 우리 농업이 겪고 있는 심각한 위기들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소득에 대한 예측 가능성만 어느 정도 명확해져도 농촌에서 새로운 도전과 미래를 꿈꾸는 젊은 인력이 늘어날 것이며, 지역소멸에 대한 대응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첫째도 둘째도 농산물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갈수록 우리의 농업 정책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해 단기적 대응요법에만 매달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더욱이 한시적·일회성 처방에 해당하는 정책 수단에만 의지하고 매몰되면서 그것을 농업 정책 전부로 치환해 버린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유지하되, 장기적 관점에서 가격 문제의 해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립이 가능하다.

농산물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생산비 보전 대책과 함께 농가 경영 악화를 해소하기 위한 농자재, 재료비 등에 대한 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쌀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여 시장 격리를 통한 가격 안정 수단으로 확보해 놓아야 한다.

또한 작물 전환에 대해서는 단순 지원금 지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차원에서 전환 작물에 대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여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청년농 지원 종료에 대비한 사후관리 방안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방안도 지금부터 제시되어야 한다.

어느 하나의 수단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하지 않는가. 적어도 농업만큼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장기적 관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