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매일 아침 , 53 년 차 부부 김홍제 (82) 씨는 이발소에서 아내 윤선재 할머니의 머리를 정성껏 손질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 치매를 앓는 아내를 위해 , 김 씨는 오직 아내만을 위한 특별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 이발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 그들의 삶과 사랑이 깃든 특별한 장소다 . 김 씨의 헌신과 사랑으로 창리마을 전체가 응원을 보내고 있다 .

“ 많이 아프고 , 많이 미안했어요 ”
우강면 창리에 위치한 작은 이발소 ‘ 홍제 이용원 ’. 홍제이용원의 대표 김홍제 씨가 손수 가위를 들어 , 아내 윤선재 (78) 씨의 머리를 정성껏 빗어 넘기고 , 세안을 시켜주며 로션까지 발라준다 .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의 눈빛은 여전히 맑지만 , 기억은 마치 백지처럼 텅 비었다 .
김 씨는 “ 젊었을 때 아내는 예쁘고 당찼다 ” 며 “3 년을 쫓아다니다 결혼까지 했는데 , 젊은 시절 가난으로 인해 아내가 친정에서 쌀을 빌려와야만 했다 ” 고 말했다 . 그는 “ 적은 쌀에 나만 밥 해주고 , 본인은 굶고 누웠던 날이 많았다 ” 며 “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 정말 미안하다 ” 며 눈시울을 붉혔다 .

“ 첫사랑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 영원히 ”
결혼 후 , 두 사람은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내며 세 자녀를 키웠다 . 김 씨는 “ 내가 성격이 불같아서 미안한 일이 많았다 ” 며 “ 하지만 아내는 묵묵히 나를 따랐다 ” 고 말했다 . 이어 “ 이발소를 열었을 때도 옆에서 함께 일하며 나를 도왔고 , 나중에는 건강원까지 운영했다 ” 고 회상했다 . 하지만 8 년 전 , 아내가 치매 증상를 보이기 시작했다 . 당시 병원을 찾았을 때 , 건강원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가스 중독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 그때부터 김 씨는 더욱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게 됐다고 .
‘ 고등 이용원 ’ 에서 ‘ 홍제 이용원 ’ 으로
김 씨는 “ 아내를 돌보는 것이 내 마지막 소명 ” 이라 여긴다 . 그래서 65 년간 운영하던 합덕의 고등 이용원을 아들에게 넘기고 , 우강에 아내만을 위한 홍제 이용원을 새롭게 차렸다 .
그는 “ 애들까지도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라고 했지만 , 나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 며 “ 내가 아내를 끝까지 내가 돌봐야 한다 ” 고 말했다 . 김 씨의 이런 사랑과 헌신은 마을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 홍제이용원이 자리한 우강면 창리의 문수일 이장은 “ 이 부부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 고 전했다 .

끝없는 사랑 , 아내는 내 삶의 이유
아내를 돌보는 일이 고되지 않냐는 질문에 김 씨는 “ 힘들다 ” 는 말을 했다 . 이어 “ 아내가 가끔 나를 때리기도 한다 ” 며 “ 하지만 나는 끝까지 아내를 돌볼 것 ” 이라고 말했다 . 그의 손에는 돌봄의 흔적인 상처와 멍이 선명했지만 , 그는 “ 아내가 내 곁에 있는 한 나는 아내가 기억하지 못해도 , 나는 우리 둘의 기억을 내가 알고 , 빛바랜 옛 사진도 있고 , 나라도 꼭 붙들고 지키고 싶다 ” 고 덧붙였다 .
김 씨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아내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 그래서 그는 아내를 데리고 맛있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여주고 , 언제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내를 돌보고 있다 . 김 씨의 홍제이발소는 손님이 많지 않지만 , 대신 아내의 추억이 깃든 사랑의 공간으로 자리했다 .
“ 내가 젊었을 때는 한참 바빴고 외부 활동도 많았죠 . 당진시이용지부장을 23 년을 했고 , 어려운 분들이나 거동이 힘든 분들한테도 찾아가서 이용 봉사를 많이 했어요 . 그러다 보니까 그걸 기억하고 찾아와 인사하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 특히 그 자녀들이 한 번씩 찾아와 아무개 자녀라고 인사를 해주면 고맙더라고요 . 그런 추억으로 사는 거죠 . 시름을 잊고 웃다 보면 잠시 행복한 거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