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과 역할에 대한 정체성 못찾아

시장·군수출마를 위한 전 단계로 여겨

“정신은 나가 놀고 헛것들만 널뛴다”

얼마 전 도의원들의 의정활동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한 어느 도 공무원 직장협의회보의 글 제목이다. 감정이 섞인 음해성 언어폭력 측면이 강해 당시 파문을 낳았지만 공무원들의 지방의회에 대한 시각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문제는 이같은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자치단체 공무원 뿐만 아니라 상당수 국민들도 갖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지난 6월 충남도의회가 학계에 의뢰해 얻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민의 70%이상이 ‘도의회 무용론’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도민복리 증진 노력 ‘껑충’

그러나 주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의원들로 구성된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의사를 스스로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자 집행기관의 업무수행을 감시·감독·비판하는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이다.

실제 자치제의 핵인 지방의회의 많은 의원들이 부활 초기와는 달리 주민복리 증진 등의 역할에 충실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지금도 일부 의원들의 행태와 의회운영은 자치제의 정착을 바라는 도민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적지 않은 의원들이 본연의 역할은 외면한 채 직위를 이용한 이권개입이나 금품수수에다 권위·위신만 따지는가 하면 의장선거 때마다 빚어지는 잡음과 관광성 해외연수, 집행부에 대한 감사소홀 등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자치단체의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거나 예산을 심의·의결하고 단체장을 통제하는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충남도의회가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처리한 예산심의는 모두 13차례에 걸쳐 도청분(分)으로 집행부가 요구한 4조9천여억원중 0.3%(183억원)만을 삭감하는 데 그쳤다. 도 교육청 예산도 요구액 2조7천억원중 0.2%(65억)를 삭감했을 뿐이다.

자치단체장이 제출한 예산안을 거의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 온 셈이다. 거둬들인 돈이 어느 부문에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도 행정감사의 첫걸음이라고 볼 때 이같은 예결산 심의활동은 소홀한 의정활동을 반증하고 있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집행부 견제기능

일각에서는 재선과 3선 의원이 다수 탄생하면서 공무원과의 안면때문에 조례제정 등을 통한 집행부 감시가 느슨해졌고 시정질의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뇌물수수로 구속된 충남도의회 전 부의장의 사례를 차치하고라도 선거법 위반, 뇌물수수 등으로 도중하차한 도의원의 수도 여전히 높다.

이같은 지방의회의 그릇된 행태는 무엇보다 의원 신분을 개인사업의 보호막으로 여기거나 이권개입에 활용하는 등 의원들의 도덕성과 자질부족에서 연유한다는 지적을 여전히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충남도의회는 매년 도의원 해외 연수비를 늘려 ‘이익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올 상반기에는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져 있을 때 일본 여행길에 나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해당지역에서는 또 도의원 자신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데 대부분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지역구에서는 기초자치단체와의 중간에 끼어있어 역할마저 모호한데도 적극적인 자기 정체성 찾기 노력을 게을리 해 ‘시장·군수 출마의 디딤돌’로 삼으려 한다는 얘기다.

32석중 30석을 자민련 소속 의원들이 점하고 있는 현실도 의정활동의 적극적 수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제도상의 문제점도 많다. △정당참여로 인한 주민여론 무시 △무보수 명예직으로 인한 각종 이권 개입 △사무국(처) 인사독립 △극히 제한적인 입법권 등 지방의회 권한 부족 등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조상연 집행위원장은 “제도개선과 함께 주민들의 도의회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만큼 지역 주민들이 지방자치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의원 스스로도 의회의 정책개발능력 향상과 의회의 민주적·합리적 운영, 집행부와의 건설적인 감시관계 유지 등 지방의원으로서의 사명감 고취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