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가정형편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업을 중단했던 70~80대 어르신들이 느즈막히 다시 배움을 이어가며 초등학교 과정과 중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제14회 해나루시민학교 졸업식이 졸업생과 재학생, 교사진과 가족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창 및 졸업장 전달, 학교장 훈사, 축사, 송사 및 답사, 은사님께 꽃다발 전달, 졸업식 노래 등이 이어졌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초등 14명, 중등 9명이 졸업했으며 최고령 졸업생으로 초등과정의 이순희 학생이 93세의 나이로 졸업장을 받았다.

또 △당진시장 표창에 해나루시민학교 양난숙, 김경순 교사 △시의회의장 표창에 이성순, 양삼모 △충남도교육감 표창에 임영자, 이미숙 씨가 받았다.

이어 중학교 졸업생과 초등학교 졸업생을 대표해 임옥선·윤명인 학생이 졸업장을 받았다.

문선이 학교장은 훈사를 통해 “지난해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몇 시간이 걸리는 등교 시간에도 불구하고 배움이라는 뜨거운 열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졸업장을 받으시는 졸업생들에게 다시 한번 축하와 감사, 그리고 존경의 말씀 드리고 싶다”며 “보다 더 좋은 환경과 여건 속에서 학생들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재학생 대표 유경순 씨는 송사를 통해 “흰카라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부러워 가끔은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부러웠던 교복을 내 나이 6학년에 입어 보고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중학생이 되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며 “제때를 넘겨 다시 시작해 보리라 굳게 다짐하고 나선 학생의 길이 건만 왜 그렇게도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었는지 체력이 발목 잡아 기억력이 사라져 깜깜하고, 집안일 농사일들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힘들게 하고, 지인들이 지금 공부해서 무엇에 쓰려느냐 곱지 않은 눈길과 말로 상처를 입혀 책가방을 수없이 들었다 놓았다 하던 날을 뒤로한 체 오늘 이 자리에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꿈이 담긴 졸업장을 받으시는 선배님들을 머리 숙여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전했다.

또한 졸업생 대표 이성순 씨는 답사를 통해 “학교 학생 소리만 들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허공에다 피멍든 한 맺힌 고함을 지르며 살던 한 사람이 중학교 졸업생이 돼 이 자리에서 인사드린다”라며 “가난과 전쟁 남녀 차별 그리고 암흑 같은 시대에 태어나 어린시절 꽃다운 세월을 그냥 흘려보냈다. 자식 잘 가르쳐 출세시키고 돈 많이 모으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나의 마음속 응어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 모습은 천하를 얻고 온 세상의 행복 덩어리로 거듭나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학교 오느라 몸단장하고 거울 앞에 서서 내가 학생이여 이 교복도 세상에서 가장 값진 거라니까. 가방 멘 내 모습에 나 자신이 놀라워했던 시간을 이젠 뒤로한 채 학교를 떠나야 한다니 눈물이 앞선다”라며 “6년 전 이곳을 찾은 내 모습은, 흙이 덕지덕지 묻은 신발에 일에 찌든 촌 할망구였지만 영어 공부로 ABC를 익혀 읽을 수 있으니 천지가 개벽했다. 이제 학교를 떠나지만 영원한 선배가 되고 싶은 우리가 차후에 학교를 방문하면 따뜻한 마음과 손길로 반겨 주시길 기대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한편 해나루 시민학교는 지난 2011년 당진교육지원청 내 해나루야학으로 개교해 이듬해 해나루시민학교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2012년 제1회 졸업식 및 입학식을 통해 초등 17명, 중등 18명, 고등 8명을 배출했고, 43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해나루 시민학교는 충남도 학력인정 문예학교 1호이기도 하다.

이후 MBC다큐스페셜(내 나이가 어때서)에 방영되기도 했으며 EBS, 대전 KBS 등 많은 미디어와 방송에서 관심을 갖고 소개되기도 했다.

■ 해나루 시민학교 교사진

△초등교감: 강천 △중등교감: 공영옥 △교무: 이현정 △초등교사: 최은정·김경영·조미옥·유정순·김경순·장경순 △특별학습: 서진석(미술)·최동만(사진)·정용선(안전) △중등교사: 홍선기·이재오·이서호·전상미·장수덕·류재일·송경녀·양난숙·김학명·이영자·인효진·김정곤(고등겸임)·이재화 (고등겸임)·백운자(고등겸임)·이영두(고등겸임)·라상목(고등겸임)·남은경(고등겸임) △특별학습 김안옥(난타)·강은순 (난타) △행정실: 문정민

미니인터뷰 해나루시민학교 문선이 학교장

“먼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졸업생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죽을 용기로 학생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알면 이 나이에 학교에 간다는 것이 참 부끄러운 일이었고, 스스로 절망적인 날도 가끔 있었습니다. 그 모든 역경을 이겨 내시고 오늘 세상 무엇보다도 빛나는 졸업장을 받으시고 졸업하시는 졸업생 여러분 정말 존경합니다.”

문선이 학교장은 “올해로 학교가 만들어진 지 14년째가 됐지만, 아직도 ‘이런 학교가 있었냐’며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좋았을텐데’라고 하시는 소리를 들으면 부그럽다”며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그 시절을 지나며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교육에서만큼은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동참해 주시는 재능기부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캄캄한 바다에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배를 인도하는 등대처럼 배움에 목말라 헤매는 학생분들게 저와 선생님들은 언제나 지혜와 희망의 등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교 입학하시는 분들을 바라보면 눈물이 나도록 고맙고 감사합니다. 해나루시민학교가 언제나 등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