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정미면에서는 조금 특별한 축제가 준비되고 있다. 이름하여 ‘정미로운 촌캉스’. 겉으로 보면 여느 여름 마을 축제와 다를 바 없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이 축제는 누군가 위에서 ‘만들어 준’ 행사가 아니라, 정미면 주민들이 직접 기획단을 꾸려 만들어가는 주민 주도형 마을 축제다.

그 시작은 소박했다. 몇 달 전 정미희망나눔센터 안연순 사무장이 “우리 마을에서도 플리마켓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고, 그 한마디가 씨앗이 되어 ‘정미로운 촌캉스’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과연 주민들이 모일까?’, ‘이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한 명 두 명 의기투합하면서 주민 기획단이 만들어졌다. 기획단에 참가한 이현옥 씨(정미자율방범대장)는 “주민 주도의 방향성에 맞춘 축제 기획단에 감동 받았어요.”라며 시작을 반겼다.

기대와 설렘 속에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막막했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준비할지, 인원은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그러나 회의를 거듭하며 의견이 모이고, 각자의 경험과 재능이 더해졌다. 누군가는 부스를 맡고, 누군가는 공연을 준비하며, 또 누군가는 홍보를 책임졌다. 소박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경험을 했다. 그것이야말로 이 축제의 가장 큰 의미였다.

물론 준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고, 한정된 자원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쌓여야 앞으로 더 나은 축제를 만들 수 있다. 복지관 직원으로서 나는 이 기획단이 단순히 행사를 준비하는 수단이 아니라 주민 조직화의 과정 그 자체임을 느꼈다. 주민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마을을 더 단단해진다.

‘정미로운 촌캉스’는 어쩌면 완벽한 축제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주민이 직접 기획한 축제라는 사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마음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성과다. 작은 시작이지만, 이런 경험이 이어진다면 사람들이 일부러 찾고, 지역이 활기를 되찾으며, 마을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축제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편으론 무거운 마음도 있다. 이번 여름 정미면은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주민이 피해를 보았다. 복구 작업이 한창인 지금, 축제를 준비한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정미로운 촌캉스’가 의미 있다. 오는 8월 22일 막을 올릴 이 축제는 마을의 회복을 응원하는 자리이자,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비록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주민이 주인공 되어 하나하나 쌓아 올린 과정이야말로 가장 값진 성과이며, 이번 경험이 정미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사람을 부르며, 지역을 살리고, 마을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만드는 축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