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전반에 걸쳐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민·정부·기업 모두가 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머지 않아 치르게 될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어지러운 정치현실을 보며 우리의 앞날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로 인하여 국민들은 희망과 용기를 잃고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세계가 치열하게 무한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경이적인 변혁이 예상되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우리는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아야 합니다. 날로 가중되는 경제불황이나 북한에 관한 보도는 우리가 아직도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불안하고 험난한 현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외국과의 통상마찰이나 4자회담을 보면서 느끼는 바도 우리 스스로가 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스스로 신화를 창조할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우리 국민들이 이룩한 고난극복과 창조적 건설의 성과들을 보람있고 소중한 것으로 자부할만 합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불과 30년만에 이룩한 산업화의 성과와 뒤이어 이룩한 민주화의 실현으로 우리는 세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제 또다시 선진화 사회를 건설하는 세번째 도전을 감행해야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과업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합니다. 우리는 건국 50년이 되는 내년을 나라의 터전을 다시 다지는 새출발의 해로 생각하고 이번 대선이 정부·여·야·국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임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호소의 말씀을 드립니다.

1. 차기정권을 담당하려는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을 확고하게 신봉 구현하려는 신념과 차기정권의 역사적 과제를 확실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려는 의지가 투철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2. 21세기를 눈앞에 둔 세계사적인 대변혁기에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제시하며 추구할 수 있는 국정운영의 비전과 실천방안이 뚜렷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3. 어떠한 상황과 조건의 변화가 있더라도 정치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국민과의 약속과 공인으로서의 신의를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4. 어떠한 수단과 방법이던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과 행동은 우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남기게 되므로 민주적 원칙과 절차를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5. 근거없는 음해성 중상모략이나 인신공격으로 정치윤리를 저질화시키고 선거분위기를 황폐화시켜서는 안됩니다.

6. 그동안 법을 만들기에만 급급하였고 지키는데는 소홀했던 과거의 폐단을 크게 반성하고 법과 질서를 엄격히 존중하고 준수하는 법치국가를 이끌어 나갈 사람이어야 합니다.

7. 국민화합·국민통합이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에 역행하는 지역감정이나 세대간 계층간 갈등을 조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8. 오직 집권만을 위해서 정치적 노선이나 정책의 현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원칙하게 정당간 혹은 정치인간의 야합이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9. 부정한 돈에 의한 타락선거가 근절되도록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선거분위기를 혼탁케 하는 비자금 의혹은 공정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10. 오직 표만 의식하여 전체 국민의 이익에 반하거나 실현성 없는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지 말아야 합니다.

11. 언론은 이번 대선의 역사성을 인식하고 냉정하고 공정한 입장에서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수 있도록 그 막강한 힘에 상응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12.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선거 관련 당국자들은 이번 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13. 민주국가의 주인인 온 국민은 이번 선거의 역사적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일체의 사사로운 유혹이나 연고의 정실을 떠나 깨끗하고 현명한 투표로 신성한 권리를 행사해주기 바랍니다.

1997년 10월 20일

나라를 걱정하는 모임

강영훈(전 국무총리), 고흥문(원로정치인), 구 상(원로시인), 김두현(전 대한변협 회장), 김옥라(각당복지재단 이사장), 김태길(서울대 명예교수), 남덕우(전 국무총리), 류달영(성천문화재단 이사장), 백낙환(인제대학 총장), 서영훈(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 선우종원(원로변호사), 송남현(독립운동가), 송월주(조계종 총무원장), 안병욱(숭실대 명예교수), 이세중(전 대한변협 회장), 이원범(3·1운동 기념사업회장), 이태희(원로법조인), 이항령(홍익대 명예교수), 전산초(연세대 명예교수), 정진경(원로목사), 조완규(전 서울대 총장), 조향록(원로목사), 채문식(전 국회의장), 최 훈(한국기독교총연합회), 현승종(건국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