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제철소 비정규직지회 제공
당진제철소 비정규직지회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대규모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상규)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과 교섭 거부를 이유로 조합원 1892명 명의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대표고소인 100 명이 고소장을 직접 제출하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규 지회장은 “현대제철이 불법파견 구조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고 교섭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노란봉투법 통과를 계기로 더 이상 회피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노란봉투법과 당진제철소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 결정하면 교섭 의무를 지도록 한 법이다. 법 시행은 내년부터지만, 이번 집단 고소는 개정법 취지를 근거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진제철소는 국내 최대 단일 제철소로, 지역경제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하청 중심의 고용 구조 속에서 노동권 사각지대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집단 고소는 제도 변화와 맞물려 당진 현장에서 터져 나온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아 있는 200억 원 손배소

현대제철과 비정규직지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현대제철이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자 노조가 거부하며 투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회사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원 461명을 상대로 한 46억 원 청구는 회사가 철회했지만, 확대간부 180명을 상대로 한 200억 원 손해배상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원은 1심에서 5억 9000만 원 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남아 있다.

이상규 지회장은 “200억 원 손해배상 철회도 우리의 핵심 요구”라며 “불법을 알면서도 은폐한 회사가 오히려 우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에 책임 촉구

노조는 이번 고소가 현대제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현대제철 원·하청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검찰과 정부에는 “불법 파견을 바로잡고 법을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이 지회장은 “국회가 만든 법은 현장에서 집행돼야 의미가 있다”며 “검찰과 정부도 불법을 외면하지 말고 시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파장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산업재해 문제도 제기했다. 지난 2021년 이후 현대제철 에서만 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다. 지회는 “산재가 하청에 집중되는 이유는 원청이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제철소를 둘러싼 이번 집단 고소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당진 지역사회의 경제와 안전 문제까지 직결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 개정과 맞물려 당진에서 제기된 이번 투쟁은 전국적 파급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회사 측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인터뷰]

당진제철소 비정규직지회 제공
당진제철소 비정규직지회 제공

“불법파견 바로잡고 직접고용 교섭에 나서야”

이상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 지회장

Q 2021년 투쟁 당시 손배소 상황은 어떻게 됐나?

A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면서 투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두 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습니다. 조합원 461명에게는 46억 원대 손배가 청구됐는데, 이건 회사가 나중에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확대 간부 180명에게 청구된 200억 원 손배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심에서는 200억 중 5억 9000만 원 배상 책임이 인정됐고, 지금도 항소심이 진행 중 입니다. 그래서 저희 요구 중 하나가 ‘200억 손배 철회’입니다.”

Q 현대제철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A “회사는 저희를 불법파견 방식으로 쓰고 있다는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불법을 알면서도 해결 하려 하지 않고 방치해왔습니다. 교섭에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현대제철의 태도는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노란봉투법 통과와 이번 투쟁을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A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때문에 우리가 투쟁을 시작했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법 개정 전 부터 우리는 원청 교섭을 요구해왔습니 다. 이번 법 개정은 우리가 그동안 요구 해온 내용을 제도적으로 확인해준 것뿐 입니다. 회사가 법에 따라 교섭에 나오면, 저희가 길거리에서 싸울 이유가 전 혀 없습니다.”

Q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것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A “저희는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가해자인 회사가 일방적으로 자회사를 밀어붙였던 겁니다. 피해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불법파견을 하면 법에 따라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합니다. 자회사는 불법을 은폐하고 회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정규직 요구가 과도하다고 들 하지만, 애초에 정규직 채용이 맞는 자리에 저희를 불법적으로 채용해 일을 시킨게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Q 산업재해 문제도 꾸준히 제기했는데

A “산재는 대부분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됩니다. 원청이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개선을 요청해도 받아들여 지지 않으니, 결국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다 사고가 나는 겁니다. 이런 사고를 줄이려면 원청이 교섭에 나와 직접 해결 해야 합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원청이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현대제철은 이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Q 국회와 정부에는 어떤 요구를 하고 있나?

A “저희 투쟁은 단순히 회사만 상대하는게 아닙니다. 국회와 정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국회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현대제철 원‧하청 문제를 다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와 검찰에도 불법파견을 바로잡고 현대 제철이 법을 지키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해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A “우리는 단순히 법 개정에 맞춰 투쟁을 시작한게 아닙니다. 불법파견 문제를 바로잡고,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오래전부터 싸워왔습니다. 노조법 2‧3조가 제대로 시행되고 현대제철이 법을 지키면, 더 이상 거리에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교섭장만 열리면 모든게 해결됩니다. 언론에서도 이런 점을 바로잡아 보도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