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장
구은모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장

<편집자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상징하는 기지시줄다리기는 500년의 전통을 지닌 의식이다. 줄을 만들고 다리는 모든 과정은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모여야 가능하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줄다리기에는 그런 이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총 6개의 이야기로 기지시줄다리기를 지켜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지면 보도와 영상으로 함께 기록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2025년도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으로 취재·보도합니다. 기사 내용은 유튜브 채널 ‘당진방송’을 통해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송악읍 기지시리에는 매년 굵직한 줄 하나가 걸린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온 기지시줄다리기다. 500여 년의 세월 동안 이 줄은 재난을 이겨내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매개체였으며, 지금은 지역 화합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거대한 전통이 스스로 이어지는 일은 없다. 줄을 꼬고, 의미를 되새기고, 후세애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최전선에서 30대부터 지금까지 기지시줄다리기를 지켜온 이가 구은모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장이다.

구은모 보존회장의 구령에 맞춰 시민들이 함께 줄다리기 줄을 제작하고 있다.
구은모 보존회장의 구령에 맞춰 시민들이 함께 줄다리기 줄을 제작하고 있다.

거대한 줄에 매료됐던 어린 시절

구 회장은 송악읍 기지시리 토박이다. 기지초등학교를 다녔을 때부터 줄다리기를 가까이 봐 왔다고. 어려서 직접 줄은 당기지 못했어도, 연날리기나 씨름대회를 보고 참여하며 기지시줄다리기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 거대한 줄이 많은 사람이 함께한 손에 움직일 때, 그의 마음에 기지시줄다리기가 깊이 각인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봉사활동을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줄다리기를 떠올렸다. 그는 “자율방범대 활동을 시작하다 단체가 사라진 뒤 친구와 함께 지역을 위해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때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줄다리기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렇게 구 회장은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전수생으로 입문하며 전승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전수생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회의를 하면 대부분 아버지뻘의 어른들이 있었다”며 “나이 차이가 커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에 올 수 있었다.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 현장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 현장

젊은 나이에 맡은 보존회장

한편, 구 회장은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보존회장을 맡고 있다. 자신보다 줄다리기를 잘 아는 사람이 보존회장을 맡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에는 고사도 했지만, 누군가는 있어야 할 자리였기에 구 회장이 맡아 보존회장으로서 일임을 다 하고 있다. 보존회장으로서 중요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 바로 기지시줄다리기의 전통이다. 이 전통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키려는 이들, 전승자들이 핵심이다. 구 회장은 “전승자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자들의 어려움과 한계

기지시줄다리기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전승자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승 활동만으로는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 생활과 병행해야 한다.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는 “전승자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유사와 전승교육사 문제도 시급하다. 현재 기지시줄다리기의 보유자는 단 1명. 연로한 상태다. 그는 “예전에는 보유자와 전승교육사가 각각 2명씩 있었지만, 작고하시면서 현재는 보유자 한 분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국가유산청은 단체 종목이라 어렵다는 이유로 추가 지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지시줄다리기처럼 전승이 활발히 이어지는 단체에는 보유자와 전승교육사를 추가로 지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어가는 전통

보존회는 축제뿐 아니라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구은모 회장이 어렸을 때 줄다리기를 자연스레 접했던 것처럼, 보존회도 아이들에게 줄다리기를 알리고 있다. 인근의 기지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징검다리 교실’만이 아니라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도 매년 꾸준히 이어간다.

또한 4월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시민들과 함께 줄을 꼬는 등 줄 제작을 지휘한다. 당제 역시도 공개 행사로 치르고 있다. 여기서 줄 제작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40여 일 동안 이어지는 고된 작업인데다가 안전을 필수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짚 관리도 중요하다”며 “추석 전후에 비가 많이 오면 짚이 썩어 버리기 때문에, 올해도 걱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존회는 시민들과 함께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줄다리기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줄다리기는 나의 또 다른 가족”

마지막으로 그는 줄다리기를 자신의 ‘또 다른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지시줄다리기는 후대에 전해야 할 전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했듯 줄다리기에는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이처럼 보존회원들과 줄다리기의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매년 이곳에서 줄을 꼬고 있다. 그 줄에 수많은 전승자의 땀과 의지가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