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시 신평면 신당리 폐기물 불법 매립사건이 행정의 근본적인 시스템 부재를 드러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서 간 칸막이 행정과 위험도별 사전 관리 체계 부재가 이번 사태를 키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정진 사무국장은 “부서 간 업무 칸막이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구조적 문제”라며 “여러 부서가 얽힌 민감한 사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개발행위 허가 부서는 허가만 내주면 끝이고 또 다른 부서는 성토재가 안 된다고 여러 번 회신했으니 들어오지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손을 놓았다”며 “부서별로 자기 할 일은 다 했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관리 공백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토지는 2022년 12월 개발행위 허가 신청 이후 2023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자원순환과에서 토사 반입 불가 의견을 회신받았다.
이에 신청인은 5월 4일 허가 신청을 취하했다가 5월 15일 재신청했고 11월 24일 허가가 완료됐다.
하지만 허가 완료 이후에도 타지에서 생산된 폐기물 재활용 성토제 반입 협의가 여러 차례 있었고 당진시가 세 차례에 걸쳐 반입 불가 통보를 했음에도 출처 불명의 성토재가 불법 반입됐다.
“사전 점검 한 번 없었다”
김 사무국장은 “시가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고 본 곳이었다면 중점 관리를 했어야 한다”며 “똑같은 여러 개의 개발행위 허가 대상을 모두 똑같이 관리하는 게 아니라 위험도에 따라 관리의 경중을 두고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은 따로 관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돼서 바로 수계로 유입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지역이라든가, 이렇게 관리의 경중이 있는 것”이라며 “중간에 한 번이라도 점검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발견해 피해를 줄이고 사전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당진시의회 최연숙 의원도 지난 9일 제125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처음부터 신경 썼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며 “부실한 사전 점검과 미흡한 사후 관리 체계에서 비롯된 일련의 환경 안전사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의원은 “개발행위 허가를 낼 때 현장 방문하고 중간중간 확인했어야 하는데 허가받은 곳보다 두 배나 큰 불법 매립이 진행됐는데도 한 번도 현장을 가보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침출수 확산 방지가 최우선…대집행 서둘러야
김정진 사무국장은 우선 조치로 우수 배제를 강조했다. “빗물이라도 배제하면 침출수 배출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 매립된 곳까지 원래 지하 수위가 올라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우수가 다 배제되면 상대적으로 침출수가 거의 안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과에서도 우수 배제 조치를 빨리 하려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빗물만 배제해도 시에서 처리하기도 수월하고 침출수가 주변으로 계속 확산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상복구에 대해서는 “폐기물 처비비용이 워낙 커서 사업자가 손 놓고 뺄 가능성이 크다”라며 “시 입장에서 빠르게 판단해서 최소한의 행정 절차만 거쳐 바로 대집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빨리 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마을 대책단 구성…“긴급 예산 투입하라”
신당리 주민들은 환경오염방지 비상대책단을 구성하고 당진시에 긴급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단 단장을 맡은 전봉래 이장은 “오염수가 더 퍼지고 땅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빨리 원상복구부터 해달라”며 “누가 했든 주민 피해가 최소화되는 게 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이장은 “주민 건강 문제 피해가 없도록 최소화하고,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해서 편안한 주민 생활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가 시청에 바라는 첫 번째이자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특히 내년 농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 이장은 “피해가 발생한 농지는 내년 농사를 못 짓는다고 봐야 한다”며 “(원상 복구되는데)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시에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토지주들은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강평수 새마을지도자는 “지하수 오염이 되면 전체로 번진다”며 “가용 가능한 예산을 긴급 투입해서 조치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시의 관리감독 책임을 분명히 했다. 전 이장은 “시에서 허가 내주고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토지주가 책임 못 지면 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환 대책단 간사는 “허가권이 당진시청에 있고 관리감독권도 시에 있기 때문에 관리감독청에서 먼저 1차적으로 대책을 취하고, 2차적으로 사업주한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7800평 농지 전멸…피해 규모 심각”
피해 농지를 소유한 이명희 씨는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오염수가 논으로 다 들어갔다”며 “논의 벼 전체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마지기당 4가마씩 나오는 논인데 올해는 수확을 하나도 못했다”며 “검은 물이 흘러들어가는 걸 눈으로 봤는데 거기서 수확한 걸 어떻게 먹느냐”고 반문했다.
악취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주민들은 “인근 공장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일할 정도로 냄새가 심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현장에 들어가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나 창고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공사장 뒤편에서 보이는 성토지에는 용암이 분출하듯 하얀색, 노란색 물이 흘러내렸다”고 증언했다.
반입 차량 논란…“정확한 규모 파악부터”
성토재 반입 차량 대수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당진시는 당초 800대 분량의 성토가 반입됐다고 밝혔으나 이후 3400대로 정정했고 최연숙 의원이 파악한 바로는 8400대 분량이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처음엔 3400대라고 했다가 나중에 8400대로 정정됐다”며 “시청의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8400대가 반입됐다는 건 어느 한 곳에서만 가져온 게 아니라 여러 곳에서 가져왔다는 의미”라며 “어떤 성분이 섞여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재발 방지 대책 시급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정진 사무국장은 이 같은 환경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 “폐기물 문제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어서 시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체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숙 의원은 “당진시는 전 지역의 위험시설 전수조사, 실시간 모니터링 구축을 하고 산단의 관리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며 “책임성을 제고하고 환경 정보 공개와 시민들의 감시 체계 도입을 통해 재발 방지와 지속 가능한 안전 환경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데 강력한 사고 방지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진시는 지난 10월 24일 부시장을 단장으로 합동대응단을 구성해 현재까지 침출수 총 318톤을 처리했으며 방수포 덮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또한 농지법과 국토계획법 위반 관련 원상회복 명령(12월 8일 한)을 내렸으며 행위자 원상회복 미이행 시 행정대집행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충남도농업기술원 분석 결과 해당 지역 토양에서 카드뮴, 구리, 니켈, 아연 등 중금속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크게 초과했으며 일부 지점에서는 대책기준까지 초과했다. 특히 수확한 쌀에서 카드뮴이 식품위생법 기준(0.2㎎/㎏)을 초과해 검출(0.29㎎/㎏)돼 식품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