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평면 신당리 성토지 침출수 피해 사건이 폐기물 재활용의 구조적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재활용 성토재의 품질 불균일성과 장기 용출 위험,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신당리 성토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인접 농지 1만2765㎡(약 3863평)의 벼가 고사했다. 주기장 조성 목적으로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이 부지에는 재활용 성토재가 사용됐으나 침출수 유출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면서 재활용 성토재 관리의 맹점이 드러났다.

시료 대표성 결여와 품질 불균일성
당진시가 제공한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매체접촉형 폐기물 재활용의 첫 번째 문제는 시료의 대표성 결여와 품질 불균일성이다.
전문가는 “성토재로 반입되는 폐기물은 발생 시점과 로트별로 성상 편차가 크다”며 “허가 단계에서는 기준치를 만족하더라도 대량 반입 과정에서 기준 초과 물질이 섞여 들어올 경우 실시간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자원순환과장도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업체에서 인증받은 제품을 반출했다 해도 인증은 1년 전에 받았는데 생산은 오늘 할 수 있다”며 “성상이나 품질이 인증받을 때와 똑같은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 과장은 “재활용 성토재를 5대 5로 섞어 쓰라고 해도 현장에서 4대 6으로 섞는지 그 비율을 어떻게 확인하느냐”며 “이런 부분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 용출 특성, 토양·지하수 오염 위험 상존
두 번째 문제는 장기적 용출 특성과 토양·지하수 오염 위험이다.
전문가는 “현재 환경성 평가나 용출 시험은 단기 실험실 조건에 의존한다”며 “성토 현장에서는 강우, 지하수 수위 변동, 성토 하중으로 인한 압밀 등 다양한 동적 변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고형화된 결합이 깨지거나 중금속이 재용출될 가능성이 상존하며 이는 토양환경보전법과 연계된 책임 소재 분쟁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재활용과 불법 투기의 경계 모호
세 번째는 재활용을 빙자한 부적정 처리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성토는 대량의 폐기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물리적·화학적 처리가 미비한 폐기물을 ‘재활용 성토재’라는 명목으로 산지나 농지에 무분별하게 매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단속 인력이 육안으로 ‘정상적인 재활용’인지 ‘불법 폐기’인지 구별하기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재활용을 권장하면서 폐기물 범주가 늘어나다 보니 재활용 성토재 사용이 증가했는데 현장에서 시행착오가 있다”며 “재활용 성토재는 일반 토사보다 가격이 싸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데 이를 모두 관리 감독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성토 후 소유주 변경 시 책임 소재 불명확
네 번째 문제는 이해관계자 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성토 지역 주변 주민의 환경권 침해 민원이 강력하고, 성토 완료 후 부지 소유주가 변경되거나 시간이 흐른 뒤 오염이 발견됐을 때 폐기물 배출자-재활용업자-부지 소유주 간 책임 공방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공학적 설계 기반 ‘성토 승인제’ 도입 필요
전문가는 개선 방안으로 먼저 공학적 설계 기반의 ‘성토 승인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단순히 폐기물 재활용 기준 준수 여부만 따질 게 아니라 성토 부지의 지반 공학적 안정성과 수문학적 영향 평가를 포함한 공학적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며 “기술사가 직접 작성한 성토 설계서를 허가 조건에 포함시켜 용도에 맞는 정량의 폐기물만 사용되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전생애주기 모니터링 시스템 의무화를 제안했다.
전문가는 “성토 완료 후에도 일정 기간(3~5년) 동안 해당 부지의 지하수 관측정 설치와 토양 분석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ICT 기술을 활용해 침출수 수위나 특정 이온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시 즉각 조치할 수 있는 사후 관리 담보금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는 환경성 평가의 고도화다. 전문가는 “실험실 위주 분석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XRF(X선 형광 분석기) 등을 활용한 전수 조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장기 용출 특성을 예측할 수 있는 ‘연속 추출 시험’이나 ‘가속 노화 시험’을 매체접촉형 재활용의 필수 항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네 번째는 토양환경보전법과의 연계성 확보와 성토 이력 공시제 도입이다. 전문가는 “폐기물관리법상 ‘재활용’이 완료됐더라도 해당 부지는 ‘토양오염 관리 대상 지역’으로 이력을 관리해야 한다”며 “부동산 거래나 지목 변경 시 어떤 폐기물이 어느 정도 깊이로 성토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성토 이력 공시제’를 통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출수 처리·고발 조치 완료, 원상복구 절차 진행
한편 당진시는 지난해 8월 피해 발생 후 10월 24일 부시장을 단장으로 합동대응단을 구성해 매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당진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피해는 주기장 조성 목적으로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9필지 1만2464㎡ 중 일부에서 발생했다. 허가 필지는 4필지 7786㎡였으나 불법으로 5필지 4378㎡가 추가로 성토됐다.
시는 농지법과 국토계획법 위반 행위자를 지난해 10월 30일 경찰에 고발했고 산지법과 폐기물관리법 위반 관련 토지주와 시공사 조사를 11월 14일 완료했다. 침출수 668톤을 처리했으며 원상복구 명령(1월 9일 이행 기한) 2차 통지를 발송했다. 행위자가 미이행할 경우 행정대집행도 검토 중이다.
김 과장은 “신당리 건은 드문 사례는 아니지만 영농 시기에 피해가 발생해 행정이 적극 개입했다”며 “합동대응단을 구성해 매주 회의하며 단계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대집행에 대해 “최종적인 수단”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 고대면의 한 비료공장 대집행이 20년 걸린 것처럼, 대집행은 시간과 절차가 걸리는 일”이라며 “대집행 예산은 환경부 국비로 연간 40억~50억 원 정도인데, 대집행을 시작하면 상대방이 소송을 제기해 결론이 나지 않으면 집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주, 반입자, 시공자를 최대한 압박해 스스로 이행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이번 사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실무협의체에서 사전 예방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예방을 하면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 발생 소지가 있는 사업장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