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청 홈페이지에 피싱 사기 예방 안내가 게시됐다.
당진시청 홈페이지에 피싱 사기 예방 안내가 게시됐다.

“저희가 견적을 받아보니 가격이 너무 높아서요. 사업자 명의로 대신 구매해주실 수 있나요?”

최근 관공서, 학교, 군부대 등을 사칭해 업체에 물품 대리 구매를 요구하거나 선입금을 유도하는 이른바 ‘노쇼(No-Show) 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진에서도 유사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노쇼 사기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직원을 사칭해 단체 주문이나 공사를 의뢰한 뒤, 실제 거래 전에 특정 물품을 대신 구매하도록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당진에서는 당진시청과 당진시립노인요양원, 소방서, 청소년문화의집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례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요양원 직원이라더니…알고 보니 사기”

순성면의 한 특수도어 제작·시공업체 A부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을 ‘당진시립노인요양원 총무팀 직원’이공공기관 사칭 노쇼사기 주의라고 소개한 신승진 씨(가명)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 씨는 요양원 공사와 관련해 미팅을 하자며 이틀 뒤 요양원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신 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미팅 전에 급히 필요한 물품이 있다”며 한 업체의 명함을 보내왔다. 그는 “요양원에서 견적을 받으니 개당 330만 원인데, 사업자 명의로 구매하면 280만 원에 살 수 있다”며 “15개를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결제 확약서를 보내줄 테니 먼저 납품하고 나중에 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A부장은 선금 없는 거래를 의심해 이를 거절하고, 당진시립노인요양원에 직접 전화해 해당 직원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신 씨는 요양원과 전혀 무관한 인물임이 밝혀져 금전적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A부장은 “요양원을 사칭한 조직과 물품업체가 같은 조직으로 보였다”며 “다음 날에는 조달청을 사칭한 비슷한 연락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수법 있었다”

유양희 당진시립노인요양원장은 “요양원 직원을 사칭한 사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지난해에도 한 타일업체에서 요양원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다고 연락해 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그때도 공사 미팅을 잡아놓고, 전날 급히 필요한 복지 용구를 특정 업체에서 사 와 달라고 요구했다”며 “최근에는 요구 금액이 더 커져 더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요양원 측은 이를 당진시에 알렸고, 시와 유 원장은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다. 유 원장은 “금전 피해는 없었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했다”며 “이후 요양원은 단톡방과 홈페이지를 통해 ‘전화나 메신저로 물품·금품·계좌이체를 요청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당진시도 현재 시청 홈페이지에 ‘당진시립노인요양원은 전화·문자·메신저로 금품이나 물품 구매를 요청하지 않습니다’라는 피싱 예방 배너도 게시한 상태다.

시청·소방서 사칭도 잇따라

이 같은 수법은 요양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진의 한 건설업체 B부사장은 지난 1월 초, 자신을 당진시 자치행정과 주무관이라고 소개한 김진호 씨(가명)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 씨는 “시에서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려는데 기존 업체가 너무 비싸다”며 특정 업체의 명함을 보내고 대신 견적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김 씨는 대리 구매를 요구하며 “구매 후 시에서 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B부사장은 시청에 해당 직원이 있는지 확인해 사기를 피할 수 있었다. 그는 “명함을 보면 공식 도메인인 ‘@korea.kr’이 아닌 ‘@naver.com’이라는 점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한 계약이 아니라는 것을 통해 사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사실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 확인과 선금 요구 통해 피해 막을 수 있어”

윤홍규 당진경찰서 피싱범죄수사팀장은 “노쇼 사기는 군부대, 대학, 시청, 경찰서 등을 사칭하는 형태로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조직과 계좌가 특정돼 있어 당진에서 접수된 사건은 현재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팀이 전담해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피해 예방법으로 △해당 기관에 실제 담당자가 있는지 직접 확인 △선금이나 계약금을 먼저 요구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공문이나 명함을 보내도 실제 기관에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기관에 전화해 ‘이 사람이 맞는지, 이런 구매 계획이 있는지’만 확인해도 대부분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상 거래라면 선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나중에 한꺼번에 결제하겠다’고 미루는 것도 사기 수법의 특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