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도 매일 함께 지내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물며 상처를 안고 쉼터를 찾은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하루는 어떨까.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언니처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일상을 함께하고 그들이 다시 가정으로, 사회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당진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주혜인 소장을 만났다.
합덕에서 자라 청소년 지도사
합덕 재오지리에서 성장한 주혜인 소장은 합덕초등학교, 합덕중학교, 합덕고등학교를 나왔다. 고등학교 시절 주 소장은 합덕청소년문화의집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운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처음에는 친구를 따라 우연히 시작했지만 회의를 통해 자신들이 낸 의견이 실제 프로그램 기획이나 시설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큰 흥미를 느꼈단다. 그는 “우리가 낸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는 걸 보면서 ‘이런 일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주 소장은 순천향대학교 청소년교육상담학과에 진학했고 전공을 살려 2017년 당진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지도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쉼터 신설…“내가 해보자”
주 소장이 청소년문화의집과 수다벅스 1호점 등에서 경력을 쌓으며 팀장으로 일하던 시기, 당진시에 청소년쉼터 신설이 추진됐다. 그는 “2023년 3월 당진시와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법무부청소년범죄예방위원 당진지구위원회가 위기 청소년 조기 발견과 가정 복귀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당진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설립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쉼터는 빠르게 준비됐고 장소 선정과 채용 과정을 거쳐 주혜인 소장이 8월 소장으로 발령받아 10월 문을 열었다. 쉼터 소장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기관이 처음 생길 때 전원 신규 인력으로 운영하면 자리 잡기가 어렵다는 것과 쉼터의 특수한 상황들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하는데 ‘그럴 거면 내가 한번 맡아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24시간 365일 운영
당진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꿈다락’은 ‘꿈꾸는 우리들의 아늑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청소년 복지시설로 가출, 학대, 비행 등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곳이다.
최대 9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24시간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직원들은 3교대로 근무하며 보호자를 대신해 식사, 병원, 학원, 상담 등 청소년들의 일상을 전반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 소장은 “거리 위에 있는 청소년의 생명권이 우선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 쉼터에서는 입소를 거부하지 않는다”며 “보호자 동의 없이도 입소할 수 있으며 단, 72시간 이내 보호자에게 고지한다”고 설명했다.
입소 경로는 경찰서나 학교, 지자체 등 기관 연계로 입소하는 경우도있지만 청소년이 직접 연락해오는 경우가 상당수 차지한단다. 주혜인 소장은 “전화나 방문,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쉼터에 들어가고 싶다’고 연락하는 아이들도 많다”며 “우선 수용하고 초기 상담을 통해 입소 이유를 먼저 파악하고 계속 수용할지 가정으로 복귀시킬지 등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연을 안고 찾아와
쉼터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동 학대나 친족 성폭력, 가정 해체와 같은 사례도 있으며 물리적으로 보호자의 돌봄이 어려운 상황도 있다. 주 소장은 “한부모 가정에서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수술로 입원하게 되면서 초등학생 자매가 한 달 동안 쉼터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모의 잔소리를 피해 가출을 결심하고 쉼터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는 “동생을 돌보지 않고 놀러 나갔다가 혼날 것이 두려워 쉼터에 오고 싶다고 연락한 아이도 있었다”며 “아이 입장에서는 큰 문제지만 이런 경우에는 충분히 설득해 가정으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감정 소진’
쉼터 운영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주 소장은 현재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직원들의 감정 소진을 꼽았다. 그는 “쉼터에 오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가정에서 충분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해도 나를 포기하지 않을까’ 하며 끊임없이 상대에게 시험하듯 행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행동을 개선하는 과정을 길고 반복적으로 경험한다”며 “이 과정에서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밑바닥이 난 상태인데 계속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상황이라 실무자들이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공간 확장됐으면”
현재 쉼터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공간의 확장이다. 주 소장은 “쉼터에는 청소년들의 계절별 옷과 생필품, 식료품 등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상담실 한쪽에도 물건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상담 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담실은 대화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아 다른 아이들이 들을까 걱정해 속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방음이 되는 상담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안전하게 지내다 돌아가길”
쉼터 운영 3년째에 접어든 주혜인 소장은 “몰랐던 영역을 계속 배우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의미있다”며 “공부를 전혀 하지 않던 아이가 스스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 등 소소한 변화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며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안전하게 지내다가 가정으로 잘 돌아가거나 사회로 잘 자립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