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주임
이재욱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주임

복지 현장에서 결식 예방을 위해 아이들에게 방학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언뜻 보기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현관문 너머 아이들이 침묵할 때 이 서비스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인기척이 있음에도 문을 열지 않는 아이들은 단순히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일방적인 수혜 서비스가 가하는 심리적 불편함에 대한 저항이다.

사전 동의 없는 수혜 서비스는 당사자가 '가난하기 때문에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서비스가 전달되는 순간, 복지관은 '시혜자'가 되고 아이는 '수혜자'라는 수직적 관계에 놓인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인식하며, 결과적으로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가난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는 타성적으로 행하는 복지적 선의가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수혜 서비스를 시행할 때 우리가 선택해야 할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 공급자 중심의 전달 방식에서 당사자 중심의 참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도시락을 문 앞에 두고 가는 방식 대신, 복지관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아이들이 직접 요리 교실에 참여하고 음식을 나누는 형태가 어떨까? 아이들이 스스로 식재료를 만지고 조리하는 과정은 그들을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닌 능동적인 주체자로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도시락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놀러 온 기분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또래 관계를 형성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실제 당진북부사회복지관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해 본 결과 아이들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모든 서비스는 당사자의 명확한 '동의'를 전제해야 한다. 이는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본인이 원치 않는 일방적인 배려는 배려가 아닌 권리 침해에 가깝다. 따라서 수혜 서비스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최소한 혹은 임시적으로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지 서비스 자체의 유용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비스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결식 예방이라는 물리적 목표를 넘어, 당사자의 주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을 복지의 본질로 삼아야 한다. 기존의 수혜적 방식에 머무르기보다, 주민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지원하는 방향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