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생활 8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예산 심의로 2026년 1차 추경 심의를 마쳤다. 필자는 예산 심의의 본질인 ‘정책 심의’가 과연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이클은 매년 비슷하다. 11월 20일이면 이듬해 본예산안이 제출되고, 국가 예산의 확정은 12월이다. 그러니 매년 1차 추경은 중앙정부가 제시안 예산 추측과 확정된 예산과의 차이를 수정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번 추경에도 어김없이 도의원들의 ‘의원사업비(지역밀착형 건의 사업)’가 올라 왔다.

예산 심의는 곧 정책 심의다. 정책의 타당성이란 단순히 법령에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진정한 타당성은 예산 투입 대비 ‘효과’를 검증하는 데서 나온다. 공무원은 이 효과를 논리적으로 추측하고 검증하여 의견을 달아주는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오직 '효과성'과 '논리적 근거'만이 잣대이다. 오직 ‘시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가’만이 유일한 기준이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람’이다. 정책 제안자가 의원인지, 단체장인지, 혹은 공무원의 안녕과 직결된 사람인지는 정책의 효과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장에서 목격하는 이른바 의원사업비의 편성 과정은 우려스럽다. 도의원이 제안하고 도(道) 부서가 시(市)에 검토를 요청하면, 당진시는 너무도 쉽게 ‘적정’이라는 면죄부를 발행한다. 별지 조서에는 사업의 필요성만 나열될 뿐, 정작 중요한 ‘효과성’에 대한 분석은 전무하다. 단순히 "필요함"이라는 주관적 언어가 아니라, 유관기관의 기존 사업과 다른점. 전년도 시행 결과, 목표했던 효과가 달성되었는지 예산 투입 대비 시민이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증명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편성된 도 보조금 예산은 도의 보조금심의도 받지 않는다. 금액이 낮을뿐더러 만일 기준을 넘는다 하더라도 신규 사업 심의 후 계속 사업은 심의 대상이 아니다. 보조금심의도 받지 않은 도 보조금 예산은 도의원 자신이 제출한 것이니 셀프 심의하여 통과된다. 도비 보조금에 따르는 시부담 보조금은 기초지자체가 우선 편성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시비가 시의회에 상정된다. 결국 공무원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방어막'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시의원은 논리적 근거 없이 정치적 부담만 떠안게 된다. 일단 물꼬가 트이면 이익단체와 개인들은 시의원을 밀착 마크하며 원안 통과를 압박한다. 정작 심의장에서 "비슷한 사업이 이미 있지 않은가", "작년 사업의 효과는 어떠했는가"라는 의원의 날카로운 질문에 집행부는 대답도 못한다. 타당성 검토라는 공무원의 본연의 임무가 실종된 결과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된다. 반면 선출직 의원은 매번 시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 구조적 차이는 선순환의 열쇠가 된다. 의회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를 통해 매섭게 몰아세워야만, 공무원은 그 지적을 ‘방패’ 삼아 이익단체의 압력을 이겨내고 치밀한 타당성 검토를 수행할 수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끼리끼리 문화는 결국 예산 낭비와 행정의 퇴보를 불러온다. 집행부가 곤란한 사업에 대해 "의회의 지적 때문에 어렵다"고 핑계 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의회가 매섭게 지적해야 공무원이 그 지적을 핑계로 부적절한 사업을 거절할 명분을 얻는다.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의 책무를 다할 때 비로소 시민의 혈세가 보호된다.

갈등이 없는 의회는 평온해 보일지 모르나, 그 이면에서는 시민의 혈세가 소리 없이 새고 있다. 각 회의 때마다 논쟁이 오가고 시끄러운 의회야말로 살아있는 의회다. 그래야만 이익단체의 사적 요구로부터 공공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다.

공무원의 치밀한 타당성 검토와 의회의 매서운 질타가 만날 때, 당진시의 예산은 비로소 ‘정치’를 넘어 ‘정책’으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