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은 매년 읍면동을 순방한다. 그 자리에서 시장은 읍면동의 리더들에게 자신의 치적을 알리고 리더들이 요구하는 지역 민원을 접수한다. 그 대부분은 soc에 대한 요구사항이다. 도로 확포장, 덧씌우기, 농배수로의 정비가 대표적이다.
시장은 예산의 편성권이 있는 집행자이다. 따라서 예산의 심의권이 있는 의원보다는 훨씬 재량권이 높아 각 마을의 리더들에게 시장의 순방은 요구사항을 실현할 수 있는 찬스이다.
시장은 늘 ‘이번 순방에서 모아진 여러분의 민원을 다 해결하려면 몇 천억이 들어가는데 시 예산이 빠듯해서 안타깝다’는 말로 위기를 모면한다. 시장이 마을의 리더에게 척지지 않으려면 가장 좋은 핑계가 그것이다. 해주고는 싶지만 돈이 없다는데 어쩔 것인가.
시장은 가능한 것은 다음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넣어서 해결해 주겠다 하고 또 금액이 크거나 어려운 것은 장기적인 과제로 남기겠다면서 간담회를 끝낸다.
그러면 당진시는 정말로 돈이 없을까?
보통 1차 추가경정예산은 작년에 시의 수입 중에 쓰고 남은 순세계잉여금이 확정이 되면 그 것을 재원으로 한다. 만일 생각보다 세입이 적어 순세계잉여금이 예상보다 적다면 감 추경을 해야 하는데 나는 30여 년의 의정모니터링 경험 중에 한 번도 그런 일을 본 적이 없다. 즉 당진시의 세입은 늘 예상보다 많이 걷혔다.
시의 수입이 예상보다 많아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생각보다 경기가 좋아져 세금 또는 세외수입이 많아진 경우이고 둘째는 엉터리 예측이다. 당진시는 11월 초 예측치보다 불과 두달 동안 수입차액이 몇백억은 되니 그 이유는 아마 후자가 맞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면 관료는 정부의 재정을 가정 살림으로 표현하고, 방만함을 경계하면서 훈계를 한다. 관료들은 시의 통장에 잔고가 많은 것이 살림을 잘하는 것인 것처럼 말한다. 가정살림과 달리 정부의 재정은 저축이 좋은 것이 아니다. 정부재정의 목표는 수입과 지출을 완벽히 같게 함으로써 우리가 갹출한 돈이 우리를 위해 모두 쓰여 행정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진시는 연말에 얼마나 많은 은행 잔고를 가지고 있는지 보자.
2023년 총세입은 1조5900억 원이고 총세출은 1조2300억 원이다. 그리고 남은 돈은 3594억원인데 그중에 내년에 사용될 돈과 반납할 것을 제외한 순세계잉여금은 1,344억원이다.
지난 5년간 증가율을 보면 세입은 7.1%가 늘었는데 세출을 6.8%만 늘었으며 남은 돈의 증가율은 14.5%이다. 결국 5년간 당진시는 세금을 걷어서 사용하지 않고 돈을 남겨왔는데 그 잉여금이 1,344억이 넘어 당진시는 총 지출액의 10%를 여유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돈을 가장 많이 묶어 놓는 기금을 보자,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기금은 연말 조성액 즉 통장에 938억이 고여있다. 기금을 만드는 이유는 안정적인 사업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과연 그 규모는 적정한가?
기금의 운용은 이자 수입, 운용수익과 시의 출연을 가지고 하는데 당진시의 기금 중에 유일하게 체육진흥기금만 이자수익으로 한다. 즉 거의 모든 기금은 일반회계에서 보낸 돈이다.
그러면 연간 사용은 어떤가? 작년에 전체 938억 중에 80억을 사용했으니 전체 조성액의 8%를 사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작년에 기업유치기금이 70%를 사용하고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조성액은 1년 사용액 정도로 낮추어도 된다.
나는 938억의 기금을 포함한 수입에서 지출을 뺀 3594억 원 전체가 당진시 관료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고여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가? 이래도 당진시에 돈이 없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