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을 하며 살아간다. ‘식사 후 음료는 무엇을 마실까?’와 같은 가벼운 선택부터 전공과 직업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까지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판단이 전제되는데, 판단의 기준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 여부이다. 가장 본능적이고 기초적인 기준으로 신체적 안전과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를 회피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둘째는 좋음과 싫음의 감정적 선호이다. 주관적인 감정, 기분, 호불호에 따른 선택이며 단순한 취향부터 경험의 누적에 의한 호불호까지 다양한 이유에서 생성된 감정적 선호가 있을 수 있다.
셋째는 이익과 불이익을 따지는 합리적 계산이다. 손실은 회피하고 손익을 계산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을 추구한다.
넷째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하는 도덕적 윤리적 가치이다. 개인적, 사회적 규범과 양심, 의무에 따라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다.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판단기준은 자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만, 타인과 사회적 관점에서 이것들을 살펴보고 공감과 포용을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위와 같은 판단기준에 따라 선택과 결정을 내리고 있고, 많은 경우에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하고 결정하게 된다.
미국의 발달 심리학자인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는 위와 같은 네 가지 판단기준(안전, 감정, 이익, 윤리)이 인지발달 단계에 따라 복합적으로 다르게 적용되는 것을 통하여 도덕성 발달단계를 6단계로 추론하였는데 이것이 '하인츠 딜레마(Heinz Dilemma)' 연구이다.
하인츠 딜레마 연구는 “암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약을 훔친 하인츠를 처벌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인지발달 단계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1단계는 처벌과 복종지향 단계로 유아기에 속하며 생명과 안전이 우선된 판단
- 약을 훔치면 경찰에게 처벌을 받으므로 안된다.
2단계는 도구적 상대주의 지향으로 유소년기에 속하며 이익이 우선된 판단
- 약을 훔쳐서라도 아내를 살려야 한다.
3단계는 착한 아이 지향으로 청소년기에 속하며 감정이 우선된 판단
-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라면 약을 훔쳐 아내를 살려야 한다.
4단계는 법과 질서유지 지향으로 청년기에 속하며 도덕에 우선된 판단
- 절도는 어떤 이유이든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5단계는 사회계약 지향으로 성인기에 속하며 이해에 우선된 판단
- 법은 변경 가능하며 생명은 법보다 우선이므로 훔치는 것은 정당하다.
6단계는 보편적 윤리 원칙 지향으로 궁극적인 발달단계로 공동선에 우선된 판단
-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지켜져야 한다.
이와 같이 로렌스 콜버그의 연구를 통하여 인간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적용 기준을 가지고 다른 판단과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과 결정의 성숙도가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곧 도지사, 교육감, 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선출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방선거는 주민의 삶과 직결된 교통, 복지, 환경, 교육 등 일상적인 행정 서비스를 책임질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과정이고 우리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를 뽑을 것인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과 결정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기준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앞서 살펴본 콜버그의 6단계를 통하여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2단계인가?, 흑색선전과 편 가르기로 상대를 혐오하는 감정에 기반하는 3단계인가? 성숙한 유권자라면 법과 질서를 지키고 정책과 공약을 통한 사회적 협약을 살펴보고, 당진의 비전을 제시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후보를 결정할 것이다.
또한 나의 판단과 “결정”이 판단과 “선택”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선택은 여럿 중 하나를 고르는 개인의 선호나 일상적 행위지만, 결정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행동을 정하고, 책임을 감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출마한 후보를 취향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정한 후보의 결과물까지 함께 책임진다는 자세로 신중하게 판단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유권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즐겨 먹는다면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지방선거에서도 혐오의 정서에 기반한 판단과 결정으로 선출자가 결정된다면 결국 사회의 건강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성숙한 판단과 결정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덧말 : 로런스 콜버그의 연구 내용은 필자의 재해석이 추가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