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가장 가까운 현장 이다. 국회가 국가의 미래를 논하는 곳이라면, 지방의회는 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곳 이다.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민생을 살피고 행정을 견제하며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오늘의 당진시의회는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 원구성에 실패하면서 개원조차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대립으로 의회는 멈췄고, 개원식은 연기됐으며,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한 절차상의 지연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의회가 멈춘다는 것은 시민을 위한 의사결정이 멈춘다는 뜻이며,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때 작동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오늘도 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자영업자는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청년은 일자리를 고민하며, 농민은 생산비 부담과 기후 변화에 시름하고 있다.

민생은 단 하루도 멈출 수 없다. 그런데 민생을 책임져야 할 의회만 멈춰 서 있다. 시민은 의회를 구성하라고 의원을 선출했다. 의장 자리를 차지하라고 투표한 것이 아니다. 시민이 부여한 권한은 자리의 영광이 아니라 공적 책임이다.

의장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자리는 시민을 위해 더 큰 책임을 감당하라고 맡겨진 자리이지, 정치적 승패를 가르는 전리품이 아니다. 의장직을 둘러싼 대립이 의회를 멈춰 세울 정도라면, 이미 정치의 우선순위가 시민이 아닌 권력으로 기울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는 경쟁으로 시작 하지만 타협으로 완성된다.

특히 지방의회는 중앙정치의 대결 구도를 답습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위해 협 치와 조정을 실천해야 하는 공간이다. 상대를 이기는 정치보다 시민을 살리는 정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제도를 통해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그 수준이 결정된다. 시민의 신뢰 위에 세워진 의회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다면, 지방자치는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당진시의회는 지금이라도 원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누가 먼저 양보하느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 시민 앞에서 누가 먼저 책임을 다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양보는 패배가 아니라 성숙한 정치의 시작이며, 협치는 정치적 손해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가장 큰 이익이다.

시민은 의원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맡겨진 책임을 잊지 않는 양심을 요구할 뿐이다. 지방의회의 권위는 의장석의 높이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민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고, 갈등을 조정하며,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함께 해법을 찾는 의정활동에서 비롯된다.

감투는 임기가 끝나면 내려놓게 된다. 그러나 시민의 평가는 임기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당진시의회는 그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