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학교에 비해 선수층도 얇고, 야구를 시작한 지 1년 남짓한 선수도 많다. 합덕초등학교 야구부는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팀들과 비교하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체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합덕초 야구부의 성적표에는 ‘우승’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충남도민체전에서 창단 35년 만에 도 단위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 제18회 충청남도지사기야구대회 초등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야구 위해 전학 온 학생들
1988년 결성된 합덕초등학교 야구부는 현재 당진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초등학교 야구부다. 현재 20명의 학생이 소속돼 있으며, 대부분 합덕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 아니라 야구를 하기 위해 탑동초, 기지초, 당진초 등 당진지역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다. 서산에서 전학 온 학생도 있으며, 예산에서 매일 통학하며 야구부 활동을 이어가는 학생도 있다.
최근에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팀 규모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학교 야구부가 평균 30명 이상의 선수로 구성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선수가 적은 편이다.
특히 고학년 선수층에서 차이가 크다. 다른 학교의 경우 6학년 선수가 10~11명에 달하고,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해온 선수도 8~9명 정도 있다. 반면 합덕초는 현재 6학년 선수가 6명뿐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야구를 시작한 지 1년 남짓한 선수들이다. 김용영 감독은 “주장인 김현찬 학생이 유일하게 1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가장 오래된 선수”라며 “다른 학교에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해온 선수들이 많은 만큼 경험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압도적 실력으로 연이은 우승
그런 합덕초 야구부가 최근 의미 있는 성과를 잇따라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열린 제18회 충청남도지사기야구대회 초등부에서 당진시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합덕초는 지난 14일 천안남산초를 10대7로 꺾은 데 이어 15일에는 온양온천초를 13대8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합덕초는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달랐다. 선수들은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그동안의 평가를 뒤집었고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용영 감독은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더이상 무시당하지 않고 압도적으로 실력을 보여준 대회였다”며 “13점을 낸 것은 선수들이 대단한 타격감을 보여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짧은 기간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치진이 기울인 노력도 컸다. 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타격 포인트에 정확하게 공을 던져주기 위해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배팅볼을 계속 던졌다”며 “그 덕분에 선수들의 실력이 단기간에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모교 야구부 지키는 졸업생들
합덕초 야구부를 향한 감독과 코치진의 애정에는 특별한 이유가있다. 세 사람 모두 합덕초등학교 졸업생이자 야구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용영 감독은 70회 졸업생이자 합덕초 야구부 4회 출신이며, 김정협 코치는 76회, 이준석 코치는 87회 졸업생이다.
김 감독은 과거 아산에서 생활체육 지도자로 활동하다 2013년 합덕초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합덕초 야구부는 선수 부족으로 해체 위기에 놓여 있었다. 우연히 모교 야구부가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 감독은 직접 팀을 맡아 후배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이준석 코치와 김정협 코치는 코치로 부임하기 전부터 종종 모교를 찾아 후배들과 야구를 함께하며 교류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2017년과 2018년 김 감독이 이준석 코치와 김정협 코치에게 코치직을 제안하면서, 두 코치가 합덕초 야구부의 코치로 참여하게 됐다.
김 감독은 두 사람에게 코치직을 제안한 이유로 ‘인성’을 꼽았다. 그는 “학생들을 대하는 심성이 착하고 인성적으로 훌륭한 두 사람이 아이들을 지도하기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코치 한 명이 번갈아가며 지도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두 명의 코치가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재작년부터 야구의 기본기를 배우려는 학생과 새로 입단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15명 남짓이던 부원이 20명 규모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학생들을 세심하게 지도하기 위해서는 한 명보다 두 명이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당진 해나루스포츠클럽이 코치진의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두 코치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됐다.


“좋은 추억 많이 남겨주고 싶어”
합덕초 야구부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졸업을 한 학생들이 여전히 자주 야구 훈련장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치진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스스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훈련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중 베이스를 밟지 않는 실수를 하더라도 무작정 혼내기보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도록 한다.
훈련과 경기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도 주변 박물관을 함께 찾는 등 코치진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김 감독은 “무섭고 고된 야구의 기억을 남겨주기보다는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으로서 즐거운 추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며 “당장 시합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학생들이 10년 뒤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코치 역시 “아이들이 건강하게 꿈과 희망을 갖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협 코치도 “학생들이 무엇보다 즐겁게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야구 좋아하면 누구나 환영”
한편 합덕초 야구부는 야구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지역 학생들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토요야구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기 특강도 진행한다. 당진지역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코치진은 “야구를 좋아하고 한번 해보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부담 갖지 말고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많은 아이들이 야구를 즐겁게 경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야구교실 및 특강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은 합덕초등학교 또는 합덕초 야구부 김용영 감독에게 문의하면 된다.



[야구부원 한마디]
김현찬(6학년, 주장): 선수들의 타격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 실책이 줄었어요. 앞으로 열심히 연습해 무슨 대회든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송민준(6학년) : 기아타이거즈의 김도영 선수와 같이 모두가 좋아하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얘들아 열심히 하자!
경준선(6학년): 지난해 2학기에 야구부에 들어왔어요. 이번 도지사기 우승이 첫 우승한 대회라 의미가 있었습니다.
박하랑(6학년): 올해 남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열심히 해서 전국대회 우승하자!
강지원(6학년): 주장이 팀의 훈련을 잘 도와주고 있습니다. 주목받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박현서(6학년): 지난해 첫 투수로 참여한 대회에서 감독님의 커브 변화구 사인으로 타자를 잡았던 기억 있습니다. 초등학교 야구부에 있을 때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임현준(5학년): 이번 도지사기 대회 온양온천초와의 경기에서 2회 초 역전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전국대회에서 홈런을 치고 싶어요.
우태호(5학년) : 탑동초에 다니며 친구와 캐치볼을 하다 야구가 하고 싶어 전학왔습니다. 내년 소년체전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손호준(5학년) : 야구는 타격이 재밌습니다. 앞으로 전국대회에서 5번 우승하고 싶습니다.
박주하(5학년): 사회인 야구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 야구를 시작했어요. 소년체전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전윤기(5학년):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갔다가 재밌어 야구를 하고자 전학왔습니다. 목표는 전국대회와 도민체전에서 두 번 연속 우승하는 것입니다.
양웅규(4학년): 예산 금호초에서 야구를 하고 싶어 전학왔어요. 친구들아 프로 가서도 열심히 하자!
차민혁(4학년) : TV에 나오고 싶어 2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어요. 앞으로 3년 연속 도지사기 대회에서 우승해 2028년에는 우승 깃발을 받자!
여우준(4학년): 열심히 해서 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어요. 내년에도, 6학년 됐을 때도 우승해 깃발을 가져보자!
이시안(4학년):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야구 열심히 해서 다시 도지사기 대회 우승해보자.
이아준(4학년): 친구들이 야구부에 들어오라고 해서 시작했어요. 열심히해서 다같이 프로에 가자!
안지원(3학년): 토요캠프에서 야구를 해보고 지난해 11월 합덕초로 전학왔어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이아윤(2학년): 형을 따라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야구가 재밌어요. 잘해서 프로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박선율(2학년):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가족들이 야구를 좋아해 시작했어요. 지금은 야구가 더 좋습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보다 야구를 잘 하고 싶어요. 다치지 말고 야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