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효율화를 위해 조직을 합쳤지만 정작 전문인력은 사라졌고 일부 업무는 다시 행정으로 돌아갔다. 민간환경감시 인력도 축소됐다. 하나의 운영체계로 묶인 탄소중립지원센터와 민간환경감시센터는 사업과 회계, 평가 역시 여전히 별도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민선8기 당진시가 추진한 탄소중립 관련 센터 통폐합을 두고 민선9기 출범을 계기로 통합의 실효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진시는 당시 4억5430만원을 들여 ‘당진시 사무기능 효율화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조직진단 결과 당진시에너지센터와 당진시산업단지 민간환경감시센터, 당진화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센터 등을 탄소중립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당진시는 유사·중복 기능을 정리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부터 각 센터의 설립 목적과 재원, 운영방식 등이 다른 상황에서 실무자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않은 채 통합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본지 1475호, ‘거세지는 당진시 조직진단 후폭풍’ 참조) 3년이 지난 현재 통합은 실제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진단해봤다.
에너지센터 없앴는데 전담인력 ‘0명’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진시에너지센터다. 에너지센터는 2023년 조직진단 이후 사실상 해체됐고 기존 기능은 탄소중립지원센터 체계로 통합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현재 탄소중립지원센터에는 에너지 분야 전담직원이 한 명도 없다.
센터에는 세한대학교가 지정한 센터장을 제외하면 사무국장을 포함해 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에너지 분야를 전담하는 직원은 없으며, 기존 에너지센터에서 담당했던 에너지 관련 업무는 현재 당진시 미래에너지과가 맡고 있다. 행정에서도 전문성 부족을 인정하고 있다.
정원옥 당진시 미래에너지과 탄소중립팀장은 “탄소중립지원센터에 전문인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원인으로 낮은 인건비를 꼽았다.
현재 약 1억4000만원으로 직원 3명의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어 기후·에너지 분야 경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채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향후 사업비를 추가 투입해서라도 기후·에너지 분야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한 기존 에너지센터가 수행하던 업무를 현재 탄소중립지원센터에서 모두 그대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전문적인 에너지 중간지원 기능을 담당했던 센터는 사라졌지만 해당 업무 일부를 행정이 다시 맡게 된 구조다.
업무는 늘었지만 예산·인력은 그대로
탄소중립지원센터 역시 통합 이후 담당해야 할 영역은 넓어진 반면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탄소중립지원센터 사업비는 약 2억8200만원이다. 임차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이보다 적다.
센터는 탄소중립 교육·홍보와 공모사업, 온실가스 예산제 관련 행정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운영기관이 세한대학교로 바뀌면서 기존 근무자 대부분이 승계되지 않았고 새롭게 채용된 직원들이 업무를 익히는 과정도 필요했다.
정원옥 팀장은 “기존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거의 없고 새로 뽑다 보니 탄소중립지원센터 업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며 “상반기는 준비단계였다고 볼 수 있고 하반기에는 교육과 홍보 등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장 역시 상근 전담인력이 아니다. 현재 센터장은 세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대학 내 다른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정 팀장은 현재 센터장 역시 여러 업무를 맡고 있어 센터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병빈 전 센터장 “민간감시는 태생부터 다르다”
민간환경감시센터 통합을 두고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김병빈 전 당진화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센터장은 탄소중립지원센터와 민간환경감시센터는 애초 만들어진 배경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전 센터장은 “민간환경감시센터는 기업과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행정도 기업도 아닌 제3자의 위치에서 주민 입장을 중심으로 환경과 안전 문제를 투명하게 조사하고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행정과 기업, 주민, 환경·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 감시와 조사 결과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민간환경감시센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전 센터장은 “일반 시민들은 탄소중립도 환경이고 환경감시도 환경이니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근거와 역할, 업무영역이 다르다”며 “큰 틀의 목적은 같을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통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같은 역할을 하는 민간환경감시센터가 여러 개 있다면 행정인력이나 센터장 등을 공동으로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서로 전문분야와 업무가 다른 기관을 하나로 묶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유종준 전 센터장 “현장감시는 행정업무와 달라”
유종준 전 당진시산업단지 민간환경감시센터장(당진환경운동연합) 역시 민간환경감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과거 산업단지 민간환경감시센터에서는 감시차량으로 산업단지 현장을 돌며 일상적인 감시활동을 벌였다.
환경공단 TMS 대기측정망의 실시간 측정자료를 확인하고 기준치가 초과될 경우 해당 사업장에 원인을 확인했다. 사업장 주변 대기와 토양, 수질 등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하고 폐수·폐기물·화학물질 등의 연간 배출량 통계도 분석했다.
민원이 발생하면 직접 현장에 나가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과 공유한 뒤 사업장과 소통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유 전 센터장은 “일반적인 환경행정은 법적인 사항의 준수 여부를 중심으로 기업을 관리하지만 민간환경감시는 일상적인 현장감시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탄소중립지원센터의 법정 업무에는 이 같은 현장 환경감시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서로 다른 기능을 하나의 운영체계로 묶어 얻은 효과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시업무 유지한다지만 인력은 4명→2명
당진시는 통합 이후에도 민간환경감시센터 본연의 감시·분석·연구 업무가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합 당시 시민사회에서 제기했던 국비 지원 중단 우려도 현재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력은 줄었다.
정원옥 팀장은 통합 과정에서 환경감시 관련 인력이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유종준 전 센터장은 인력과 예산이 축소된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수준의 일상적인 현장감시가 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장사무소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감시조직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유 전 센터장은 “현장사무소가 남아 있다고 해서 독립성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며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환경감시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병빈 전 센터장 역시 “민간 전문가가 가진 전문성과 함께 주민의 입장에서 행정과 기업에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민간 영역을 다시 행정이 가져가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센터를 만든 취지와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회계·평가 ‘따로’…통합 효과는?
통합의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탄소중립지원센터와 민간환경감시센터는 하나의 운영주체 아래 묶였지만 사업과 회계는 분리돼 있다.
환경감시센터는 국비와 사업자 부담금 등이 포함된 별도의 재원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탄소중립지원센터 예산과 구분해 관리한다.
평가 역시 별도로 진행된다. 정원옥 팀장에 따르면 탄소중립지원센터는 매년 기후위기 대응위원회 일부 위원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평가를 실시한다. 반면 환경감시센터는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평가한다.
정 팀장은 통합의 의미에 대해 기존에 서로 다른 기관이 운영하던 조직의 주관기관을 하나로 묶으면서 각각 들어가던 운영비 등을 절감하는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통합 이후 실제 절감된 예산 규모나 행정비용, 중복업무 해소 효과 등에 대한 통합 전후 비교평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업과 회계, 평가가 각각 이뤄지는 상황에서 운영주체를 하나로 묶은 것이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가져왔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로샵도 사라져…시민참여 정책 지속성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시민참여 정책의 지속성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당진YMCA가 운영을 맡았던 제로웨이스트샵 ‘지구살림가게’ 역시 현재는 사라졌다.
권중원 당진YMCA 사무총장은 당시 제로샵이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문제 삼았다.
권 사무총장은 “탄소중립을 시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쇄한 것은 정책이 얼마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됐는지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조직진단 과정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뿐 아니라 통폐합된 센터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상당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 무엇이 개선됐는지 알려달라”
시민사회에서는 통합 이후 탄소중립지원센터가 시민과 얼마나 소통했는지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권중원 사무총장은 “탄소중립지원센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어떤 내용으로 활동하는지 시민사회에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며 “민간환경감시센터와 통합된 이후 기존 감시활동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시민단체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이후 시민단체와 협업하거나 공동감시를 제안받은 경험도 없다”며 “통합을 통해 개선된 것이 있다면 오히려 시민들에게 알려달라고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 사무총장은 민간환경감시를 특정 단체나 과거 센터 관계자의 이해관계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 중심의 감시만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민관이 함께 환경감시에 참여하고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 투명한 결과를 내놓을 때 시민들도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억5430만원 들인 조직진단…‘통합 자체’ 평가는?
이번 통합의 출발점은 2023년 4억5430만원을 투입한 조직진단이었다.
그 결과 실제 센터가 해체되고 조직이 재편된 만큼 이제는 △통합 전후 예산 및 행정비용 △중복업무 해소 여부 △인력운영 효율성 △전문기능 유지 여부 △환경감시 역량 변화 △시민참여와 민관협력 등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당진시가 실시하는 평가는 탄소중립지원센터 자체에 대한 연간 운영평가이며 환경감시센터 역시 별도 위원회를 통해 평가하고 있다.
각 사업의 성과평가와 별개로 2023년 조직진단에서 제시한 ‘통합’이라는 정책 자체가 당초 목표했던 효율성을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원옥 팀장은 민선9기 조직개편을 앞두고 현재 부서별 의견을 취합하는 단계라며 현 통합체제를 다시 분리하는 것 역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탄소중립지원센터 지정기간이 2026년부터 2028년까지인 만큼 현 체제를 운영하면서 성과를 지켜본 뒤 분리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 시정도 바로 뒤집지 말고 공론화부터”
통합에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민선9기가 곧바로 전임 시정의 결정을 뒤집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빈 전 센터장은 각각의 전문분야에 맞게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할 조직은 다시 제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보면서도 현재 운영기관과의 지정기간과 계약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임 시정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새 시정 역시 행정의 판단만으로 조직을 다시 뜯어고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중원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와 전문가, 해당 관계자, 행정공무원, 시의회가 함께 참여해 활동내용과 협업, 예산과 인력구조, 사회적 영향과 성과 등을 세밀하게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빈 전 센터장은 “통합이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더라도 또다시 지휘부가 일방적으로 ‘잘못됐으니 바꾸자’고 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통합이 실제 잘된 것인지 아닌지부터 공론화하고,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