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신선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실은 트럭이 당진의 시골 마을 곳곳을 순회하고 있다. 이른바 ‘당찬가게’라 불리는 이동장터다. 장보기가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마을을 찾아가 물건을 판매하고, 때로는 요청에 따라 집 앞까지 찾아간다. 지난달 25일 당찬가게의 장이 열리는 우강면 소반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당찬가게는 당진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가 추진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의 일환으로 배후마을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판매·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형 복지사업이다.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트 물건을 실은 1톤 탑차 두 대가 합덕읍·우강면과 대호지면·정미면을 각각 담당해 매주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정해진 일정에 따라 마을을 순회한다. 교통이 불편하거나 마을 인근에 소매점이 없는 지역,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주민들의 장보기를 돕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지난달 25일 반리 마을회관 앞에 당찬가게가 열렸다.
지난달 25일 반리 마을회관 앞에 당찬가게가 열렸다.

“마을회관 앞 작은 장터 열려”

지난달 25일 당찬가게 차량이 우강면 소반리 마을회관에 들어섰다. 차량 스피커에서 흥겨운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오자 어르신들이 하나둘 회관 밖으로 나와 차량 앞으로 모여들었다. 윤영란 당찬가게 우강면·합덕읍 담당 활동가가 차량 적재함을 열자 조미료와 라면, 과자 등 각종 식재료부터 세제, 휴지 같은 생활용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대편에는 냉장·냉동칸도 마련돼 있어 시원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등이 채워져 있었고 포스기까지 갖춘 차량은 어느새 작은 마트로 변해 있었다.

당찬가게를 이용 중인 김갑희 씨
당찬가게를 이용 중인 김갑희 씨

어르신들은 진열된 상품을 하나씩 살펴보며 필요한 물건을 골랐다. 이날 당찬가게를 이용한 박용분 씨는 “당찬가게 차량이 마을에 처음 올 때부터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며 “들고 오기 어려운 생수를 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마을주민 김갑희 씨도 “차량이 올 때마다 5~6만 원 어치는 사는 것 같다”며 “깨지기 쉬운 계란을 자주 구매한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대부분 “하나로마트까지 나가기 어려운데 차량이 직접 오니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판매보다 중요한 건 ‘복지’

당찬가게의 방문은 마을회관을 찾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해 마을회관까지 나오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요청하면 집 앞까지 찾아가 물건을 판매한다. 윤영란 활동가는 “집 앞까지 와달라고 부탁하는 어르신들이 계시면 댁까지 찾아가 장을 볼 수 있게 해드린다”며 “차량의 노래가 들리면 멀리서부터 마중 나와 반기는 어르신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활동가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매출보다 복지로서의 역할이다. 윤 활동가는 “당찬가게를 이용하시는 분들 가운데 근처 하나로마트에 가서 차량이 언제 오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찬가게를 기 다리고 필요로 하는 분들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사업의 의미가 있다”며 “그분들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호지면과 정미면에서 운행 중인 당찬가게
대호지면과 정미면에서 운행 중인 당찬가게

주민 맞춤으로 채우는 매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준비하는 것도 활동가들의 몫이다. 당찬가게에 실리는 물품은 주민들의 수요와 요청을 살펴 활동가들이 직접 고른다. 매일 오전 공급거점으로 지정된 하나로마트에 들러 판매할 상품을 트럭에 싣는다.

마을마다 찾는 상품에도 차이가 있다. 윤 활동가는 “우강면은 조미료와 세제 등 비교적 다양한 상품을 찾는편인 반면, 고령 노인이 많은 마을에서는 라면과 계란, 냉동식품 등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또한 “우강면 세류1리와 합덕읍 상궁원리 같은 경우는 계란을 찾는 주민들이 많아 한 번 에 7~8판씩 채워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매주 약속한 시간에 방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당찬가게는 정해진 시간에 마을을 찾는다. 마을 주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번은 몸이 불편한 한 어르신이 당찬가게를 이용하기 위해 20~30분 거리를 걸어 마을회관까지 찾아온 적이 있다. 건강상 이유로 직접 된장과 고추장을 담가 먹기 어려워 사서 먹어야 했던 어르신은 마을회관에 도착해 30분가량 당찬가게를 기다렸다. 장을 본 뒤 무거운 물건을 들고 돌아가려는 어르신이 걱정된 윤 활동가가 직접 댁까지 모셔다드렸다.

이처럼 당찬가게는 장을 보러 나오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장터이면서 매주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익숙한 이웃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윤영란 활동가는 “어르신들이 제 얼굴을 기억해주시고 반겨주실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매 활동에 책임감을 갖고 운행한다”고 말했다.

윤영란 당찬가게 우강면·합덕읍 담당 활동가
윤영란 당찬가게 우강면·합덕읍 담당 활동가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저희 당찬가게를 편하게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어르신들이 필요한 물건 을 잘 준비해서 불편함 없이 이용하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