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당진자치연구소장
조상연 당진자치연구소장

당진시의회의 2026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심의가 마무리되었다. 이번 추경은 제5기 시의회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예산안 심의라는 점에서 시의원들의 정책 역량과 견제 의지를 평가하는 시험대였다.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예산 편성권은 당진시장에게, 심의 및 최종 결정권은 당진시의회에 부여된다. 시장은 정책 실현을 위한 예산 규모를 산정해 제출하고, 시민의 대리인인 의회는 이를 심의·확정한다. 편성권과 심의권을 엄격히 분리한 이유는 견제와 감시 기능 부여와 더불어 의회가 시민의 대리인으로 최종결정권자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시민이 결정권자이다.

이번 3차 추경에서 당진시는 1450건의 예산안을 편성하여 당진시의회에 제출고 의회는 예산을 원안통과 시켰다. 예산안이 단 한 건의 삭감이나 수정 없이 원안 통과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다.

첫째 완벽한 예산안 작성: 제출된 예산안에 불필요하거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항목이 전혀 없고, 주민 의사가 형평성 있게 반영된 경우다.

둘째 심의 역량 및 시간 부족: 전문성과 시간의 한계로 예산안의 허점을 검토하지 못한 경우다. 시의원들의 예산안에 대한 지식은 임명직 공무원 보다 앝을 수 밖에 없다. 시의원들보다 예산편성요구서를 작성해서 과장까지 결재를 맡고 넘겨야하는 공무원들이 더 오랜시간 검토하고 시민들의 의사를 들었다. 그래도 예산편성시에는 온갖 이해당사자들이 요구가 반영되어진다. 이해당사자들은 공무원들에게는 예산에만 올려줘 심의는 시의회에서 하는 것이니 검토해 줄 것이야라고 말하고, 시의원들에게는 공무원들이 심도있게 검토해서 올린 예산이니 통과시키란다. 그래서 공무원의 사전 검토 과정을 과신하거나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무분별하게 반영된 예산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예산 낭비와 시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한다.

셋째 편성권자와 심의권자의 담합: 시장과 의회가 사전에 타협하여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경우다. 원안통과만 합의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필요한 예산과 시의원이 필요한 예산이 서로 교환되기도 하고 삭감해도 별 문제가 없는 예산을 넣어 놓고 의회에서 삭감하도록 하여서 면을 살려주는 방법도 있다. 이는 의회가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심의·견제 권한을 고의적으로 남용하는 행위다.

당진시대 보도에 따르면, 이번 3차 추경에는 시의원 지역 현안 건의 사업(이른바 의원 사업비) 총 196건, 40억 9,500만 원이 포함되었다. 이는 의원 1인당 약 3억 원씩 균등 배분된 규모로,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상호 타협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의원사업비는 시의원이 지역구 사업을 챙기기 위해 재량껏 편성·집행하는 예산 관행이다. 사전 타당성 검증이나 공식적인 조율 없이 의원의 개인적 판단(민원 해결, 선심성 생색내기)에 따라 쪼개어 편성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제8조 ② 에 따르면 사업별 목적·용도 및 추진계획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채 지방의회의원 등에게 일정액씩 예산을 포괄적으로 배정하여 편성·집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예산 배분 방식은 예산 심의권의 본래 취지를 약화시키고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이번 추경의 의원 사업비는 주로 용배수로 정비 등 직접 시행 시설비에 투입되었으며, 당진시 286개 리·통 중 해당 사업비가 배정되지 않은 지역은 168곳에 달한다.

각 리마다 세금을 들여서 고쳐야할 도로, 배수로 등 시설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은 함께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나만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없는 법이다. 결국 시민들은 선출직에게 달려들어 읍소하기 마련이다. 비참하지 않은가?

명확한 우선순위 기준 없이 의원 개인의 요구로 예산이 반영되는 구조에서는 시장이 제출한 예산안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거나 삭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법성이 존재하는 의원 사업비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