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전통시장 현대화 정비사업과 관련해 예전 상인과 재입점 예정 상인, 당진시민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 관계자들이 보상과 재입점,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철거 전 기존 상인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김기재 시장은 상인들의 피해 실태를 파악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시에서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1일 예전 상인과 재입점 예정 상인, 비상행동 관계자 등 40여 명은 당진시 지역경제과를 항의 방문해 민관이 참여하는 전수조사와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후 현장을 찾은 김 시장은 “조사를 해야 한다”며 “시에서도 같이 협조해서 전수조사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계획을 마련해보자”고 말했다.

재입점·보상·보상 제외 등 처지 달라

이날 현장에는 새로 건립되는 전통시장에 재입점할 예정인 상인을 비롯해 보상을 받고 시장을 떠난 예전 상인,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예전 상인 등이 함께 자리했다.

참석자들은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보상과 재입점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한 예전 상인은 “보상금 2500만 원을 받고 나갔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억울해 다시 재입점을 알아봤다”며 “원하는 위치는 이미 분양됐다고 했고 다른 위치를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받은 금액을 돌려주고 다시 입점할 수 있는지도 문의했지만 원하는 위치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상 과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예전 상인들은 자신에게 지급된 보상금이 어떤 감정평가를 거쳐 결정됐는지 충분히 알지 못했다며 보상 과정과 기준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임시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재입점 상인들은 영업환경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재입점 상인은 임시시장 점포가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고 일부 공간은 협소하다며 “소비자들이 시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시장 위치를 알리는 안내시설 등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철거 전 기존 상인 전체 상황 확인해야”

당진비상행동과 참석자들은 개별 민원만으로는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철거 전 기존 상인 14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재입점하는 상인과 보상을 받고 떠난 예전 상인,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하는 예전 상인 등으로 나눠 시장을 떠나게 된 과정과 보상 여부, 재입점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하자는 것이다.

비상행동 측은 당진시와 시민사회, 상인 측이 함께 참여하는 조사방식을 제안했다. 비상행동 관계자는 “한 명 한 명 어떤 과정을 거쳐 시장을 떠났는지, 재입점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비상행동은 정비사업주식회사의 사업 추진 과정과 관계 공무원의 행정 처리 등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를 주장하는 예전 상인 등의 집단배상 청구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기부채납 등 추진 절차도 문제 제기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계약 내용과 기부채납 방식, 재입점 조건 등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작성된 계약과 동의 절차 등에 대해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적정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비사업주식회사 운영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회사 임원들의 점포 배정과 사업 추진 과정 등을 거론하며 특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제기된 정비사업주식회사와 임원 등에 관한 내용은 참석자와 당진비상행동 측이 제기한 주장으로,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사업 시행 주체의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2·3층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에도 반발

새로 건립되는 시장 건물 2·3층 활용방안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당초 의료시설 등이 계획됐던 2·3층의 분양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당진시가 공공시설 등의 용도로 매입하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약 120억 원 규모가 거론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민간에서 건축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분양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가 2·3층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당진시가 관련 계획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면담에서는 당진시가 2·3층을 매입하거나 12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기재 시장 “행정절차 살펴보겠다”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김기재 시장은 우선 재입점 예정 상인과 보상을 받고 떠난 예전 상인,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예전 상인 등 각기 다른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김 시장은 “행정 절차가 잘못됐는지 안 잘못됐는지 이제부터 좀 살펴보겠다”며 사업 추진 과정도 확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미 건축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재입점을 준비하고 있는 상인들이 있는 만큼 사업을 중단하거나 원점으로 되돌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사업 중단으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시장은 “조사를 해야 한다”며 “억울한 부분들은 시에서 그래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입점이나 보상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해결점을 찾아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전수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시가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시장은 “시에서도 같이 협조해서 전수조사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계획을 마련해보자”며 “일단 전수가 나와야 어떤 게 원인이고 어떤 걸 해야 되는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참석자와 당진비상행동 측은 전수조사의 대상과 방식 등을 구체화한 뒤 당진시와 추가 면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재입점 상인들은 임시시장 접근성과 오일장 운영에 따른 어려움 등도 전달했다.

■ 당진전통시장 정비사업 논란에 당진시 입장은

“민간개발 아닌 민관협력…보상은 법과 절차 따라 진행”

“77명 영업보상…2·3층 공공시설 입주는 검토 단계”

“임원도 10평당 8500만 원 동일…특정인 가격 특혜 없어”

당진전통시장 정비사업과 관련해 예전 상인과 재입점 상인, 당진비상행동 관계자들이 보상과 재입점, 정비사업주식회사 운영, 공적자금 투입 등을 둘러싼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당진시는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철원 당진시 지역경제과 시장지원팀장은 “당진전통시장 정비사업은 민간개발이 아니라 민관협력사업”이라며 “건축은 민간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당진시는 철거와 영업보상, 임시시장 조성 등 재건축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개발 아닌 민관협력사업”

항의방문 과정에서는 민간이 건축하는 사업에 왜 지속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되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윤 팀장은 과거 추진했던 민간개발과 현재 사업은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전통시장 특별법상 민간개발을 하려면 시가 소유한 토지를 매각하고 민간에서 토지 소유권을 취득해 개발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현재 사업은 시가 토지를 매각하고 빠지는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민관협력사업이고 행정과 같이 가는 사업”이라며 “시가 철거와 영업보상, 임시시장 조성 등을 맡고 건축은 민간 방식으로 진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당진시는 기존 민간 재개발사업이 경기침체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중단된 이후 기존 점포를 철거하고 기부채납 방식으로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100억·69억’ 정비사업 건축비와 별개

항의방문에서 제기된 공적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당진시는 사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팀장에 따르면 현재 당진시가 준비 중인 최대 100억 원 규모 사업은 전통시장 재건축 사업비가 아니라 원도심과 전통시장을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 추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상권활성화 공모사업이다.

현재 당진시는 자율상권구역 지정과 자율상권조합 설립, 상권활성화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에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69억 원 규모 사업 역시 전통시장 건축비와는 별개의 주차환경개선사업이라는 게 당진시의 설명이다. 시장오거리 인근에 주차타워를 건립하는 사업으로, 윤 팀장은 “중기부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 42억 원을 확보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2·3층 120억 투입설에는 “확정된 것 없어”

시장 건물 2·3층에 당진시가 약 120억 원을 들여 공공시설 등을 입주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확정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당초 2·3층에는 의료시설 등을 유치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현재 의료시설 유치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당진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진시는 2·3층에 공공기관이나 공공시설 등이 입주해 고정적인 유동인구를 확보하는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윤 팀장은 “2·3층은 점포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관공서 등이 들어오면 상주인력이 생기기 때문에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2·3층을 당진시가 매입하거나 1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129명 중 77명 영업보상”

예전 상인들에 대한 전수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시장과 담당 부서 사이에 다소 온도차가 나타났다. 김기재 시장은 항의방문 현장에서 기존 상인들의 상황을 파악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전수조사에 시가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담당 부서는 이미 법과 절차에 따라 보상이 이뤄진 만큼 보상 여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팀장은 기존 상인 129명 가운데 77명에 대해 영업보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보상액은 2개 감정평가기관의 평가 결과를 산술평균해 결정했으며, 보상 대상자에게 개별 통보한 뒤 손실보상 협의와 계약을 거쳐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윤 팀장은 “누구는 보상하고 누구는 보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보상했다”며 “보상받지 못한 이유에 이의가 있다면 개별적으로 근거를 제시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상 제외 상인 놓고는 입장 엇갈려

일부 예전 상인이 과거 시장에서 장사했음에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당진시는 반박했다. 당진시는 2021년 사용허가 갱신 과정에서 실제 영업 여부 등을 조사했고, 영업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점포에 대해서는 사용허가를 갱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보상은 사용허가를 받고 있던 상인 가운데 시장 정비를 위해 시가 사용허가를 직권 취소한 경우를 대상으로 했다”며 “사용허가가 이미 종료된 경우에는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시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상 대상 여부를 둘러싼 일부 예전 상인과 당진시의 입장 차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평 8500만 원…임원도 동일”

정비사업주식회사 임원들이 좋은 위치와 넓은 점포를 낮은 가격에 배정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진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기존 상인의 경우 전용면적 10평 기준 8500만 원이며 20평을 선택하면 1억7000만 원, 30평이면 2억5500만 원을 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8500만 원을 내고 30평을 가져가는 구조는 절대 아니다”며 “전용면적 10평당 8500만 원이라는 기준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가격은 전용면적 10평 기준 1억3500만 원으로, 기존 상인의 경우 기존 영업권과 정비사업 참여 등을 고려해 8500만 원을 부담하도록 했다는 게 당진시의 설명이다.

기존 상인들에게 기존 점포 위치를 우선 고려해 점포를 배정한 것에 대해서도 특정 임원에게만 적용한 것이 아니라 기존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임원이 분양받은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진시도 실제 거래 여부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관련 권리의 승계 자체는 세무 신고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임시시장 “5억 이상 투입해 지원”

재입점 예정 상인들이 임시시장의 접근성과 영업환경 문제를 호소한 것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인정하면서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진시는 임시시장 조성에 5억 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냉동고 설치 공간과 전기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축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임시시장을 마련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보다 준공 시기가 늦어진 데 대해서는 기존 점포 퇴거와 철거 일정이 지연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당진시는 새 전통시장 건물을 2027년 2월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당진전통시장 정비사업과 관련한 공익감사 청구가 제기된 가운데 당진시는 감사기관에 관련 소명 및 답변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