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은 가족이 모이고, 오랜만에 만난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고향을 찾은 가족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고 웃음꽃을 피우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따뜻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추석이 기다려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추석은 가족을 만나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소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외로움의 시간일 수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족과 왕래가 끊긴 사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질병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운 시민들에게 명절은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명절이면 많은 기관과 단체, 기업, 자원봉사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쌀과 식료품, 생필품 등을 전달한다. 참으로 소중한 나눔이다. 하지만 복지는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어떤 어르신에게는 쌀 한 포대보다 병원에 갈 수 있는 교통편이 더 절실할 수 있다. 어떤 가정에는 명절 선물보다 전기요금과 난방비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할 수 있다. 또 어떤 독거노인에게는 물품보다 일주일에 한 번 찾아와 안부를 묻는 사람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식료품보다 집 안의 안전손잡이나 미끄럼 방지 시설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처럼 복지의 욕구는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앞으로 당진의 복지는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는 복지’에서 ‘한 사람의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을 연결하는 맞춤형 복지’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다행히 당진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당진시는 2026년 3월부터 ‘당진형 통합돌봄’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의료·요양·복지·주거·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시민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다.
이러한 정책은 매우 의미 있는 출발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도가 시민들의 일상에서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하느냐에 있다. 특히 추석과 같은 명절은 통합돌봄과 맞춤형 복지의 현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당진은 도농복합도시라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도심지역과 농촌지역의 생활환경이 다르고 읍·면별로 인구구조와 복지수요도 다르다. 따라서 모든 복지정책을 시청에서 일률적으로 설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을 만나는 읍·면·동이 지역복지의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 이장과 통장, 주민자치위원, 생활지원사, 사회복지사, 보건소, 복지관, 지역의료기관, 자원봉사단체 등이 서로 협력하는 지역 단위 복지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복지는 행정기관만의 일도 아니다.
당진에는 기업과 병원, 금융기관, 종교단체, 시민단체, 학교와 대학, 자원봉사단체 등 수많은 지역사회 자원이 있다. 이 모든 자원이 하나의 지역복지 생태계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물품과 후원으로 참여할 수 있고, 병원은 의료지원과 건강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학교와 대학은 학생들의 봉사활동과 재능기부를 연결할 수 있고, 지역의 음식점과 식품업체는 취약계층 식사지원에 참여할 수 있다.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는 말벗과 방문, 생활지원 등 관계복지에 참여할 수 있다. 행정은 이러한 지역의 선의와 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복지 대상자를 단순히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도 당진시의 소중한 시민이며,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복지는 누군가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제도다.
동시에 복지는 자립의 가능성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단순한 생계지원과 함께 일자리와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중장년층에게는 재취업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나는 당진이 ‘복지행정을 잘하는 도시’를 넘어 ‘서로를 돌보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추석에는 거창한 정책보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도 좋다. 홀로 사는 어르신의 문을 한 번 두드려 보고, 평소보다 어려워 보이는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복지서비스를 안내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행정은 그 작은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올 추석에는 당진의 어느 골목, 어느 마을에서도 “나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추석 하루에 머물지 않고 당진의 복지문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모든 시민의 식탁에 따뜻한 밥 한 끼가 놓이는 당진. 모든 시민의 곁에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는 당진. 그런 당진이라면 명절뿐 아니라 일 년 내내 따뜻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