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줄 요약

* 어린이활동공간 10곳 중 4곳 이상이 유해물질 기준을 초과해 아동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의무구매 미달액이 5년간 1조4378억 원에 달하나 사후 관리는 미흡하다.

* 한국전력이 1979억 원을 들여 조류 99만 마리를 잡았음에도 정전 사고는 되레 95.5% 폭증해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다.

어린이들이 머무는 교육·돌봄 시설에서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이 무더기로 검출되고, 공공기관이 스스로 약속한 친환경 녹색제품 구매계획은 수조 원대 공수표로 전락했다. 아울러 한국전력공사는 2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이고도 조류 정전 사고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정부 환경·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쳐 관리 부실과 실효성 결여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당진시)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민생 안전과 직결된 주요 환경·에너지 사업들이 겉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 시설 43% 환경안전 기준 초과…프탈레이트·중금속 검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자료를 살펴보면, 2025년 환경안전진단을 받은 어린이활동공간 2509곳 가운데 1084곳(43.2%)이 환경안전관리기준을 넘어섰다. 10곳 중 4곳 이상에서 안전기준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시설 유형별 초과율은 지역아동센터가 시설 587곳 가운데 415곳(71%)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유치원 71곳 중 48곳(68%), 초등학교 352곳 중 233곳(66%), 어린이집 505곳 중 311곳(62%) 순으로 나타나 취약계층 아동과 유아 돌봄 시설의 환경 관리가 특히 열악했다.

기준을 넘긴 항목은 플라스틱 가소제로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프탈레이트가 725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금속 476곳, 실내 공기질 202곳 순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동안 안전진단을 거친 시설 6922곳 가운데 2730곳(39.4%)이 기준을 벗어났으며, 연도별 초과 시설 수도 2021년 79곳에서 2022년 249곳, 2023년 373곳, 2024년 945곳, 2025년 1084곳으로 해마다 급격히 증가했다.

어기구 의원은 “아이들이 매일 생활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 중금속과 프탈레이트 기준 초과가 드러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며 “시설별 취약 항목과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기준을 넘어선 시설이 실제로 시설을 개선했는지 끝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녹색제품 구매 5년간 1조4378억 원 미달

환경을 앞장서서 지켜야 할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외면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어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제출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공공기관이 세운 녹색제품 구매이행계획 대비 미달액은 모두 1조4378억 원에 달했다.

연도별 미달액은 2021년 3217억 원에서 2022년 2394억 원, 2023년 1877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4년 3816억 원으로 치솟았고, 2025년에도 307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약속을 반복해서 어긴 기관이 적지 않았다. 최근 5년 사이 2차례 이상 구매계획을 채우지 못한 기관은 449곳이었으며, 3차례 이상 168곳, 4차례 이상 40곳에 이르렀다. 5년 동안 단 한 번도 목표를 채우지 않은 기관도 9곳이나 존재했다.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은 매년 녹색제품 구매이행계획을 공표하고 실적을 주무부처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는 명단 공개와 기관 평가 반영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어 의원은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구매는 친환경 시장을 키우는 핵심 수단인데도 스스로 세운 계획마저 번번이 지키지 않는 것은 심각한 직무태만”이라며 “반복 미달 기관을 단순 공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달 원인을 점검하고 사후 개선 여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전 1979억 원 쓰고 새 99만 마리 잡았지만…조류정전은 2배 증가

전력 인프라 안전 대책 역시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으로 비판을 샀다. 한국전력공사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조류정전 예방에 사업비 1979억 원을 들였지만, 정전 건수는 오히려 2배 가까이 늘었다.

한전 제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조류 접촉으로 인한 정전 사고는 총 555건, 피해를 본 누적 정전 가구는 26만6091호에 달했다. 연간 정전 건수는 2021년 66건에서 2025년 129건으로 95.5% 늘어났으며, 올해도 8월까지 사고 98건이 발생해 5만1230호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한전은 5년간 순찰과 둥지 철거에 1919억 원, 조류 포획 보상에 60억 원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둥지 155만7000여 개를 털어내고 까치와 까마귀 99만3000여 마리를 포획했다. 예산은 2021년 352억 원에서 2025년 459억 원으로 30.4% 증가했으나 정전 예방에는 실패했다.

실제 포획 대책을 살펴보면 한전은 마리당 6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면서도, 포획 장소와 고압 전력설비 사이의 상관관계나 포획 이후 실제 정전이 줄었는지는 전혀 검증하지 않았다. 순찰 업무 역시 차량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부착 의무가 없어 위험 구간을 성실히 점검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기구 의원은 “새를 100만 마리 가까이 잡고 예산 2000억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정전이 2배로 늘었다면 기존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단순 포획 마릿수 실적에 매몰되지 말고 조류 생태 특성을 감안한 설비 보강과 비포획 중심의 방지 대책으로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