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가 추진하는 대덕동 인공호수공원 시민참여단에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소회는 실망과 우려다.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사업 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 운영은 이미 정해진 사업계획에 시민들의 의견을 끼워 맞추는 형식적인 절차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민참여단은 총 6차례 활동 중 5차례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진시 공원녹지과와 한국갈등센터가 주도하는 운영은 사전에 정해진 4개 분과와 제한된 의제 안에서 어떤 시설을 설치할 것인지에 집중되어 있다. 정작 시민사회가 제기해 온 사업의 필요성, 막대한 예산, 수질과 환경, 집중호우에 따른 안전성 등 핵심 쟁점은 충분한 토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전체 6차례 활동 중 2차례를 이른바 '선진지 견학'에 할애했다는 사실이다. 당진과 입지조건, 수원 확보 방식, 수질, 규모, 사업비 등이 현저히 다른 호수공원을 둘러보는 것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되는가. 아름답게 조성된 다른 지역의 공원을 보여준다고 당진 인공호수공원의 타당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수질 악화와 유지관리 문제를 겪는 사례도 살펴보았어야 한다.

지난 10월 14일 시민참여단 활동에서 ‘유신’ 용역사는 어린이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물놀이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장밋빛 친수공간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활용하려는 하수처리수의 수질과 위생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제기된 3급수 수준의 수질 문제와 2급수 이상이라는 설명의 근거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경관 용수와 어린이가 직접 접촉하는 물의 안전성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서울의 청계천의 수질 수준이어야 누구나 안심하고 물에 손과 발을 담글 것이다. 당진인공호수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예산 문제도 심각하다. 총사업비 1,121억 원 중 토지보상비로 600억~700억 원이 소요된다면 나머지 400억~500억 원으로 토목공사와 호수, 각종 공원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작은도서관, 자전거도로, 산책로 등 시민들의 다양한 제안을 실제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향후 사업비 증가와 수질관리 및 유지비 부담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구체적인 재원 대책 없이 시민들에게 아이디어만 요구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정인가.

수질 문제는 수도과, 침수와 재난안전 문제는 안전총괄과 등 관계 부서가 직접 참여해 설명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적인 토론보다는 퍼실리테이터의 진행에 따라 원하는 시설을 적어내는 분과 활동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참여단이 초등학생 체험학습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공호수공원을 반드시 조성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사실상 토론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 의견과 원점 재검토 요구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면서 회의마다 의견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일부 참여위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을 제한하는 운영 구조의 문제다. 시민참여란 행정이 정해 놓은 결론에 시민의 이름으로 도장을 찍어주는 절차가 아니다. 잘못된 정책이라면 중단까지 요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숙의민주주의다.

이에 시민참여단 내 반대 및 재검토 의견을 가진 참여위원 7명의 소수의견으로 다음 세 가지 정책 대안을 최종 권고한다.

첫째, 인공호수 담수 부분의 조성 규모를 50% 이상 대폭 축소하라. 당초 약 1만 평 규모의 담수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여 조성비와 유지관리 부담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공간은 녹지와 시민 휴식 공간과 폭우를 대비한 저류시설이자 평소에는 체육놀이 시설(사례: 로테르담 워터스퀘어)로 하나의 공간에 두 가지 기능을 하는 소위 기후대응과 놀이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시설을 만드는 방법의 전환도 필요하다.

둘째, 인공호수 조성을 전면 포기하고 생태·문화·체육 중심의 일반공원으로 전환하라. 수질관리 비용과 환경적 위험을 줄이고 자연생태와 시민의 건강,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인공호수공원 조성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관련 예산을 시민복지와 필수 생활 SOC 사업으로 전환하라. 막대한 재원을 복지·문화·장애인 편의시설, 생활체육시설, 침수 예방, 시민의 삶에 직접 필요한 사업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대안은 사업의 대폭 축소부터 호수 조성 포기, 전면 백지화까지 시민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권고안이다. 당진시는 각 대안의 사업비와 환경적 영향, 시민 편익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시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시민참여단은 행정의 결정을 추인하는 들러리가 아니다. 시민의 혈세 1,121억 원이 걸린 사업에 질문하고 검증하며, 잘못된 정책이라면 중단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시민의 공론장이어야 한다. 당진시는 추후 시민참여단 활동 이후 재 공론장을 구성하여 사업비, 수질, 안전성, 유지관리 비용과 원점 재검토까지 공개적으로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고 관계 부서가 책임 있게 답변해야 한다.

진정한 시민참여는 행정이 정해 놓은 결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뜻에 따라 행정의 결론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