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세수는 크게 늘어났다는데, 지방정부는 예산을 줄일 걱정부터 한다. 중앙에서는 늘어난 세수를 어디에 투자할지 논의하지만, 지방에서는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유지를 위해 어떻게 세수를 마련할지 고민한다. ‘부자나라, 가난한 지방정부’의 역설이 우리 재정현실이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478조 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104조 7천억 원,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한 전망치보다도 63조 2천억 원 많은 규모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증시 활성화 등이 국세수입의 증가를 이끌었다.

그러나 국세가 늘어났다고 지역경제까지 고르게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산업과 자본시장에서 발생한 성과가 국가 전체의 세수는 끌어올릴 수 있지만, 지방의 건설경기와 골목상권, 주민들의 살림살이까지 개선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의 세입 지표와 지방의 체감경기가 엇갈리는 이유다.

충남의 상황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충남도에서 지난 9월 개최한 세수확보 및 체납액 징수대책 보고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취득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827억 원 감소했다. 아파트 준공 물량 축소 등이 세수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앙에서는 세수 증가가 논의되는 동안, 지방에서는 주요 세원이 줄어 재정 운용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중앙과 지방의 세입 구조에서 비롯된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주요 국세는 기업 실적과 소득 증가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취득세 등 지방의 주요 세원은 지역 부동산과 건설경기에 민감하다. 일부 산업의 호황으로 국세가 크게 늘어도, 그 온기가 지역의 투자와 거래로 이어지지 않으면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방의 세입이 줄어도 주민을 위한 사업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르신 돌봄과 취약계층 지원, 지역의료와 생활안전, 대중교통과 기반시설 유지에 필요한 지출은 지속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행정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예산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세입 부족을 일률적인 예산 삭감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통치자와 예산당국은 늘어난 국세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한다. 정부는 세수 변동에 대응하고 미래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금의 투자 분야에는 지방도 포함돼 있으나 중앙이 일방적으로 정한 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지방정부가 겪는 일상적인 재원 부족을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

필자는 지금의 재정 여건에서는 미래대응기금 조성보다 지방교부세 확대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이 주민을 상대로 필수 행정서비스를 유지하지 못하는데 국가의 미래 준비가 온전할 수는 없다. 주민의 삶을 지키고 지역경제의 기반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 간 재정력 차이를 조정하고, 지역에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장치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사정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앙의 개별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역마다 다른 재정 수요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

우선 국세 증가에 따라 지방에 지원할 법정 교부재원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신속히 배분해야 한다. 지방교부세는 이미 내국세와 연동돼 있는 만큼, 국세 증가의 효과가 지방재정에 얼마나, 언제 반영되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세수 호조가 지방정부의 안정적인 예산 운용으로 이어지도록 배분의 예측 가능성도 높여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방교부세 법정 교부율을 높이는 논의가 필요하다. 국세가 늘어날 때 현행 제도에 따라 교부액이 증가하는 것과, 지방이 맡은 역할에 맞게 재원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방정부의 책임과 주민의 행정수요에 걸맞은 재원을 보장하려면 배분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확대된 재원은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배분해야 한다. 자체 세입 기반과 지방세 감소 상황,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행정 수요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을 점검하고, 국가가 결정한 정책 때문에 지방의 필수사업이 위축되는 일도 줄여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고, 체납 관리와 불필요한 지출 정비에 힘써야 한다. 다만 이러한 자구 노력만으로 중앙과 지방 사이의 구조적인 재원 불균형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지방의 절약만 요구하면서 국가 전체의 늘어난 세수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

나라의 재정 여력이 커졌다면 그 성과는 지역의 주민 삶에서도 확인돼야 한다. 중앙의 풍부한 세입과 지방의 부족한 살림살이가 동시에 이어지는 구조로는 균형발전도, 실질적인 지방자치도 이루기 어렵다.

미래대응기금보다 지방교부세 확대를 우선해야 한다. 중앙에 쌓이는 재정 여력을 지역의 안정적인 살림으로 연결해야 한다.

‘부자나라, 가난한 지방정부’라는 역설을 끝내는 일, 그것이 도민의 오늘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