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대 당진시의회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출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개원이 23일간 늦어지며 시민과 지역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7석으로 팽팽히 맞선 여야 동수 구도 속에서 의회가 자칫 정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그러나 닻을 올린 뒤 밀린 추가경정예산안과 결산 승인을 처리했고, 첫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정·제안 요구사항 212건을 이끌어냈다. 14개 읍·면·동 순회 간담회를 열어 주민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시의회 의장실에서 김선호 의장을 만났다. 김 의장은 인터뷰 내내 개원 지연에 대한 반성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남은 임기 동안 일로써 시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 원 구성이 예정보다 늦어지며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지난 100일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겠으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을 넘기기 어렵다. 후하게 줄 수 없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두말할 것 없이 출발이다. 의회가 출범하고 23일이 지나서야 의장단을 꾸렸다. 그사이 시민이 본 것은 일하는 의회가 아니라 자리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었다. 변명하지 않겠다. 정당의 논리가 시민의 시간보다 앞섰고, 그 책임에서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 다만 늦게 출발한 뒤의 일정은 밀도 있게 끌고 왔다. 밀려 있던 안건과 추경을 먼저 처리했고, 제130회 제1차 정례회에서는 21일간 결산 승인과 추가경정예산안, 그리고 제5대 의회의 첫 행정사무감사를 모두 소화했다. 9일간의 행정사무감사에서 212건의 시정·제안 요구사항을 찾아냈다. 14개 읍·면·동 이통장 간담회를 거쳐 각 지역의 현안도 살폈다. 늦어진 날수만큼 더 뛰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애썼다. 그래서 80점이다. 출발에서 깎인 점수는 남은 임기 동안 일로 메우겠다.”

- ‘시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라는 구호가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시민이 체감할 실천 계획은
“그 구호는 자랑이 아니라 반성에서 나온 말이다. 원 구성 과정에서 의회가 시민을 기다리게 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내걸었다.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세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 의회가 먼저 찾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취임 뒤 14개 읍·면·동 간담회를 돌았는데,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 없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다. 어디는 도로와 교통이 급하고, 어디는 돌봄과 의료가 급하다. 직접 가서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현장 목소리는 소관 상임위와 연결해 예산과 조례 심사에서 다시 확인하겠다. 둘째, 들은 이야기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일이다. 민원을 듣는 데서 끝나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 접수한 요구가 반영됐는지, 되지 않았다면 왜 그런지까지 알려야 의회가 일한다고 느낀다. 셋째, 성과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조례 발의 건수나 질의 횟수 같은 숫자 늘리기는 생활 변화가 없다면 성과가 아니다. 통학로가 안전해졌는지, 버스가 더 다니는지 등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최근 충남도지사가 당진을 찾았을 때 수청 스카이워크 조성을 건의한 것도 현장에서 들은 요구를 행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다.”
- 여야 동수 의석에서 진통을 겪었다. 정당과 선수를 넘어 의원들이 협력하게 만들 의장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
“제5대 의회는 민주당 7석과 국민의힘 7석, 여야 동수다. 어느 한쪽도 독주할 수 없다.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의석 구조가 내린 명령이다. 갈등을 푸는 비결은 기본을 지키는 데 있다. 첫째, 의장석에서는 당적을 내려놓겠다. 의사봉을 잡는 순간에는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킨다. 둘째,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 비공식 협의로 결정하고 통보하면 불신이 쌓인다. 미리 알리고 공개 자리에서 조정하겠다. 셋째, 선수가 아니라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겠다. 의원들이 각 상임위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의장의 몫이다. 이번 정례회에서 발전공기업 5개 사 통합본사의 당진 유치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전원 일치로 채택했다. 지역 이익 앞에서는 당적을 떠나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 김기재 시장의 민선 9기 집행부와 어떤 관계를 맺어 갈 계획인가
“의회와 집행부는 견제와 협력이라는 두 축으로 당진 시정을 이끄는 동반자다. 제2서해대교 국가계획 반영, 광역교통망 확충, 24시간 소아·청소년 진료체계 구축은 정파를 떠나 당진의 숙제다. 중앙정부와 충남도를 상대로 힘을 모아야 할 때는 적극 힘을 보태겠다. 그러나 재원 조달이 불확실하거나 우선순위가 뒤바뀐 사업, 시민 체감과 거리가 먼 정책은 매섭게 따지겠다. 민선 9기 공약이 130개이고 단위사업이 311개에 달한다. 계획 수립과 실제 재원 확보 집행은 전혀 다르다. 협력은 확실하게, 견제는 날카롭게 하겠다.”

- 9월 행정사무감사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과 사후 추적 방안은
“9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기획예산담당관부터 시장 총괄감사까지 벌여 212건의 시정·제안 요구를 도출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계획과 집행 사이의 괴리였다. 사업 계획은 거창하지만 성과관리가 따르지 못하거나, 예산 편성 뒤 집행률이 저조한 사례가 잇따랐다. 민간위탁과 용역 사업에 대한 내부통제도 허술했다. 안전 관리 역시 사후 대응에 머물렀다. 여기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2년간 3억 원이 넘는 고용부담금을 낸 문제, 공공 화장시설 부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행정사무감사의 성패는 끝난 뒤에 갈린다. 요구사항 처리 결과를 보고받고, 미진한 사업은 상임위에서 재점검하겠다. 가장 확실한 수단은 예산 심사다. 지적된 사항이 개선되지 않으면 예산 심사에 그대로 반영하고, 모든 처리 결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알리겠다.”
- 의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실행 계획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의회 14명 의원과 소수 지원 인력으로 공무원 1000여 명 규모의 집행부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전력 차이를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첫째, 정책지원관 제도를 안착시키겠다. 개인 민원 처리가 아닌 예산 분석, 조례 검토, 행감 분석 등 정책 업무에 집중 투입하겠다. 둘째, 의원 연구모임과 의정토론회를 상시 운영해 실질적인 입법과 정책으로 잇겠다. 셋째, 조례의 양보다 질을 높이겠다. 당진시의회는 전국 기초의회 최초로 입법영향평가를 도입했다. 조례 제정에 그치지 않고 사후 효과까지 검증하겠다.”
- 전반기 의회가 가장 주력할 당진의 현안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이다. 당진화력 1~8호기는 2029년부터 2037년까지 차례로 멈춘다. 대체산업 육성과 고용 전환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 당진은 500기가 넘는 송전탑을 견디며 국가 전력 공급을 감당해 왔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경제적 충격까지 지역이 일방적으로 짊어지는 것은 부당하다. 지난 8월 관련 지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알맹이는 시행령과 국가 예산에서 결정된다. 발전소 터와 기반시설이 수소와 재생에너지 등 미래 신산업 거점으로 거듭나도록 감시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 의정 참여와 정보 공개 확대 방안은
“의회는 시민이 지켜볼 때 일하고, 무관심할 때 느슨해진다. 공개는 의회를 일하게 만드는 힘이다. 회의록과 영상 공개에 머물지 않고, 복잡한 쟁점과 결론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알기 쉽게 가공해 제공하겠다. 이번 행정사무감사 요구사항도 책자로 엮어 배포할 계획이다. 또 의정토론회와 간담회를 상시화해 청년, 소상공인, 농어업인 등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먼저 찾아가 듣겠다.”

- 임기를 마칠 때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정쟁 없이 시민만 바라보고 일한 의회’라는 말을 듣고 싶다. 여야 7대7 동수로 출발해 갈등을 겪었던 의회가 임기를 다할 때 이런 평가를 받는다면 가장 값진 성과일 것이다. 정당이 달라도 당진의 미래 앞에서는 한뜻을 모아야 한다. 제2서해대교 건설도, 에너지 전환 대응도 특정 정당만의 과업이 아니다. 싸우는 소리보다 일하는 소리가 먼저 들렸던 의회로 남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