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전람회의 그림’(당진수협 맞은 편, ☎ 353-4488)에서 화가 정태영·신영진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탁, 탁, 탁. 목조계단을 밟으며 내려가 문을 열면 서정적인 황토빛이 눈길을 잡아끈다. 화가 정태영이 강원도를 헤매며 화폭에 담아낸 그림들이다. 가을걷이를 끝낸 논과 잎들을 떨군 산야를 바라보고 있으면 늦가을에 쓰여진 잔잔한 시 한편을 읽는 듯하다.
그림의 주조색인 황색은 우리네 농부들의 삶이 스며있는 황갈색의 고운 흙 알갱이를 그대로 바른 것처럼 농부들의 살아 숨쉬는 손길과 소박한 정서를 선사해준다. 땅을 일구고 벼를 거두어 한평생을 살다가 그 땅에 몸을 묻은 우리 부모들의 진솔한 삶이 가득 차 있다.
그의 그림은 화가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이해하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가 섰던 자리에 서서 그의 감성을 자극했던 황토빛 산야의 정경을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그 정경에 잠겨 한나절을 여유롭게 걸어보고 싶도록 우리를 설레게 할 뿐이다.
다른 한쪽의 벽에는 화가 신영진의 작품들이 걸려있다. 인물의 섬세한 표정과 누드를 주소재로 한 그의 그림에서는 모델의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또한 감각적인 색체와 선은 모델 그 자체뿐만 아니라 모델의 생활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기억 속이나 상상 속에 깊숙이 배어있는 여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는 사실적인 표현에 역점을 두되 화가 자신의 개성을 가미시켜 인물을 새롭게 창조해 낸다.
“나의 그림은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서 마음을 열고 드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잡다한 기교가 필요없으며 예술가적인 욕심도 필요 없다. 나의 그림은 다가올 폭우가 아니요, 풍파를 이겨낸 생명의 힘이며, 삶의 평온이다.(신영진, 「작가노트」 중에서)”
화가 정태영·신영진씨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속세의 온갖 오염된 삶의 풍진을 깨끗하게 씻어버리고 이슬처럼 청정한 조형언어로 작업에 정진하고 있다. 자기와의 고통스러운 싸움에서 두 화가가 어떠한 카타르시스를 얻을 것인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