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월드컵 8강 진입으로 축제분위기에 젖어있는 가운데 당진화력발전소 5·6호기 기공식이 얼마 전에(19일) 있었습니다. 엄격한 통제 속에 엄선된 초청인사들만 들여보내고 지역주민들은 깜깜 모른 채 진행했습니다. 이 기공식이 분명 당진지역을 살리는 축제라고 한다면 에드벌룬을 띄우고 동네잔치라도 할 법한 일인데 월드컵 들뜬 분위기 틈새로 이렇게 해치운걸 보면 어딘가 떳떳지 못한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식상한 얘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될대로 되라는 패배의식 때문인지 군수, 도의원, 군의원에 출마한 어느 한사람도 당진의 환경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걸 보면 당진에는 환경문제가 없다고 보는지, 아니면 환경문제를 거론하면 표가 떨어지는지, 당진의 지도자 자질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동·식물 기르기를 좋아해서 진돗개, 닭, 오리, 거위, 잉꼬새 등을 길러 나눠주곤 합니다. 강아지, 병아리들은 달라는 사람들의 순번을 정해놓고 드리는데 작년부터 수요는 많은데 전혀 생산이 되지 않습니다. 진돗개 두마리가 2년째 새끼가 들지 않습니다. 세번이나 시집 보냈는데도 허사였습니다. 이런 일이 우리 동네 여러 가정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우리 마을 최선생님댁에는 거위 몇마리가 있는데 숫놈이 제기능을 상실했는지 알은 모두 무정란인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 접붙여온 것은 그런대로 새끼가 드는데 유독 초락도에서 자란 놈들은 소용없습니다.

몇년 전에 송전탑 아래 사는 교우 한 분이 전자파 피해사례를 알고는 애들을 위해 이사가야겠다고 하더니만 금년 봄에 애기 둘을 고향 전남으로 전학시켰습니다. 애기들 재잘거림이 신기하고도 기쁨주는 농촌에서 자연을 숨쉬고 자란 어린이들이(제발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되지만) 생식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가정이 받는 심적고통은 억만금의 돈으로 보상될 수 있겠습니까. 괜한 걱정이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잘지어놓고도 텅빈 우리 지역의 아파트에 어린애기들 딸린 발전소의 젊은 직원들이 모두 이사와서 산다면 우리의 기우는 좀 사라지고 우리 지역은 많이 발전될텐데 이런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흰 연기가 수증기라느니, 그래서 겨울에만 보인다느니, 인체에 미치는 공해는 없다느니, 하지만 나는 코로 느끼고 생활에서 느낍니다.

몇달 전 이틀동안 안개가 자욱하고 바람없는 날 새벽, 가스냄새에 치를 떨었습니다. 요즘 우리 지역에서는 새벽 조깅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우거지 뒷산에 산책길을 만들고 한 두시간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분들에게 코로 연탄가스 냄새가 맡아질 때는 등산이나 조깅을 하면 건강을 되려 헤친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마음놓고 키울 수 없는 땅, 맘놓고 새벽 아침산책도 못하는 땅, 정부가 버린 농촌, 온갖 쓰레기만 태우고 매립하겠다는, 어떻게 이런 일이 노벨평화상 받은 대통령이 정치하는 나라에서 일어나며 충복의 땅을 책임지겠다고 기염을 토한 지도자들이 발전소 대형화를 묵인하고 떳떳지 못한 기공식에 참석하는지.

요즘들어 인천, 부천, 평택, 천안 병원에 입원하는 교우들이 부쩍 많아진 것도 걱정이지만 그보다도 보상병, 책임회피병, 공해무감각병의 중증환자가 더 많아진 것이 더욱 문제입니다. 공해로 인한 생존권이 위협받을 때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은 것 아닙니까.

복된 땅 당진에 서서히 공해로 인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데 누가 이 결과를 책임질 것입니까. 기공식에 참여한 여러분들입니다.